[현장&] ‘숲 속 도서관’ 초라한 현실
“공원에 숲 속 도서관을 만들고 관리를 해야지, 이래서 어디 책을 보고 싶겠어요”
13일 오후 4시께 인천 중구 자유공원. 두 딸과 벚꽃 나들이를 온 A씨(38)는 잠긴 ‘숲 속 도서관’ 문을 수차례 확인한 후 얼굴만 붉힌 채 발길을 돌렸다. 전화부스 형태로 설치된 숲 속 도서관 문은 잠겨진 상태였고 안에 있는 책들은 정돈되지 않은 채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동화책은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표지와 중간 부분이 찢겨 있으며, 그나마 멀쩡한 책들도 10년을 훌쩍 넘길 정도로 낡았다. 게다가 아이들이 주로 찾는 이 곳에는 표지에 성인 여자가 선정적인 모습을 취하고 있는 일본 원작의 만화책 ‘시티헌터(19세 미만 관람불가)’도 함께 진열돼 있었다.
지난 2011년 시민 기증 등을 통해 300권을 전시했다는 자유공원 숲 속 도서관은 이후 추가 도서 구입 및 기증은 이뤄지지 않은 채 현재 50여권의 책만 초라하게 남았다.
이러한 모습은 월미공원, 인천대공원 등 인천지역 20개 공원에 설치된 31개 숲 속 도서관 대부분이 비슷하다. 지역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 시민 기증 등을 통해 조성된 ‘숲 속 도서관’은 책의 수도 인천에 발맞춰 지난 2010년부터 급속도로 늘어났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 공원 관리부서나 공원관리소에서 관리하면서 대부분이 추가 도서 구입이 이뤄지지 않은 채 시설 보수만 겨우 하는 수준이다. 인천시 역시 재정난을 이유로 예산 지원은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올해 역시 장서 구입예산은 0원이다.
이에 도서 분실 방지나 추가 도서 구입, 기존 도서관과의 연계체계 구축 등 장기적인 숲 속 도서관 운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 관계자는 “공원 관리부서에서 맡다 보니 처음과 달리 점차 책이 없어지고 관심에서 멀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장은 힘들더라도 향후 관리체계를 갖추고 전문성을 보강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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