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부 농락한 휴대폰 판매업자, 34대 팔아 억대 갈취

세상 물정에 어두운 장애인 노부부를 속여 7년간 1억2천여만원을 가로챈 휴대전화 판매업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20일 장애인 부부를 속여 휴대전화 수십대를 사게 하고 통신료 등의 명목 등으로 돈을 가로챈 혐의(공갈 등)로 휴대전화 판매업자 A씨(42)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08년 5월 시각장애를 앓는 B씨(61)와 청각장애가 있는 부인 C씨(55) 부부에게 휴대전화 요금이 밀려 자신이 대납했다고 속여 2천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B씨 부부의 경제사정에 대해 알게 된 A씨는 최근까지 휴대전화 34개를 사게 한 뒤 통신료 등의 명목으로 매달 200만원∼1천만원을 뜯는 등의 수법으로 총 1억2천5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조사결과, A씨는 2∼3달 간격으로 최신기종의 휴대전화로 교체해주겠다며 속이고 휴대전화를 추가로 가입, 보조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B씨 부부는 “연체료 등의 이유로 통신사 이용료가 늘었다”는 A씨의 말만 믿고 통신사 이용료를 매달 현금으로 납부했다.

A씨는 B씨 부부가 통신사 이용료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직접 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가입한 보험을 해지하거나 살고 있는 빌라를 처분하게 해 돈을 챙겼다.

보험사와 공인중개사는 A씨가 B씨 부부의 보호자 행세를 하는 탓에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자신의 친인척 중 경찰이 있다고 속여 B씨 부부를 오히려 협박했으며, 이들 부부에게 받은 돈으로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지적능력이 다소 낮은 B씨 부부는 재산 모두를 A씨에게 주고 30만원짜리 월세방을 전전하다가 경찰과 담당 지자체의 도움으로 현재 보호소에서 지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부부는 제철소와 식당 등지에서 일하며 착하게 살던 사람”이라며 “이들 부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자체와 함께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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