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된 ‘텅 빈’ 자전거 길 기업인들 “차라리 없애달라”
인천지역 산업단지 내 자전거 도로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근로자들의 출퇴근 등을 위해 기존 산단에 만들어진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이용객이 없어 업체들의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최근 일부 산단 내 기업인들은 자전거 도로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자전거 도로를 없애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이처럼 정부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 정책에 따라 새로 조성되는 산단은 자전거 도로 설치가 의무화되고 기존 산단에도 자전거 도로가 확충되고 있지만, 정작 산단 내 기업이나 근로자들은 자전거 도로를 외면하는 등 정부 정책과 거리가 멀다. 본보는 3회에 걸쳐 산단 내 자전거 도로의 현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고, 향후 산단 내 자전거 도로와 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찾아본다.
“2년간 자전거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습니다.”
27일 오전 8시께 인천시 서구 검단일반산업단지 원당대로 인근. 왕복 8차로의 원당대로 양편으로 폭이 2m가량 되는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다.
그러나 출근시간대인데도 정작 자전거 도로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이 단 한 명도 없다. 인근 보듬5로 역시 자전거 도로가 도로 양쪽에 있지만, 자전거로 출근하는 근로자는 전무했다. 자전거 도로에 새겨진 선명한 자전거 표시가 무색하다.
특히 보듬로 한쪽에 있는 양방향 자전거 도로는 업체들의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 공장 직원들의 승용차, 자재를 실어나르는 화물차 할 것 없이 도로와 자전거 도로를 구분한 차단봉마저 부수고 진입해 주차돼 있다.
인근 업체 관계자는 “직원 30여 명은 물론 주변 업체 직원들도 대부분 출근 거리가 10㎞가 넘어 자전거로 출퇴근하기 어렵다”면서 “그러다 보니 자동차로 출근하고, 주차할 곳이 없어 자전거 도로에 주차하기 일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께 남동국가산업공단의 논현고잔로 인근도 상황은 마찬가지. 왕복 4차로 양쪽으로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각종 불법 주차된 차량이 점령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자전거를 타더라도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인도나 도로로 달릴 수밖에 없다.
뿐만이 아니라 앵고개로, 남동대로, 청능대로 등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 남동산단 내 도로 대부분은 물론 인도 위 자전거 도로까지 불법 주차된 차량이 점령한 실정이다.
남동산단의 한 관계자는 ”인천지하철 1호선 동춘역에서 남동산단으로 들어오는 주변 정도만 자전거 이용객이 있을 뿐 산단 대부분의 자전거 도로는 이용객이 없다 보니 사실상 주차장이 된 지 오래다”고 말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친환경적인 자전거 이용을 위해 자전거 도로 확충은 바람직하지만, 아직 자전거 이용이 활성화되지 못한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박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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