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인천, 길을 찾다] 2. 자살로 내몰리는 노인들

불안한 노후… “노인 34.6% 극단적 생각”

인천 노인들의 황혼이 불안하다.

15일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생활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조사대상 1천6명 가운데 348명(34.6%)이 자살을 생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자살예방센터 노인자살통계분석(2013년) 결과에서도 인천지역 노인자살은 전체 자살 사망자 868명 중 242명(27.9%)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인천지역 노인(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자살비중은 매우 높은 편이고, 전국평균 (26.8%)보다 높다.

성별로는 남성이 69%로 많았고, 연령대는 70대가 55.8%로 가장 많았다. 또 무직(가사 포함)일 경우가 88.4%에 달할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홀몸 어르신의 자살시도율은 무려 8배나 높게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도 인천지역 60~80대 자살률(인구 10만 명 자살자 수)은 지난 2000년 25.7~51.0이었던 것이 2010년 52.7~123.3으로 2배 이상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혼자 사는 정모씨(65·여)는 가족의 폭행과 방임으로 상처를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경찰에 발견돼 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인계돼 상담치료를 받았다.

정씨는 뇌수술 이후 장애가 생기자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아들의 집에서 신세를 졌으나 마음 편히 지내기 어려워 인근 야산에서 목숨을 끊으려 했다.

또 작은 빌라에서 혼자 지내는 김모씨(76.여)는 오랫동안 맞벌이 아들 내외의 집안일을 도맡아 해줬으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고 방치돼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 등을 앓고 있다. 요양보호등급 신청을 하려 했으나 아들이 거부해 못했으며, 관절염 등 오랜 지병을 앓으며 무기력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이 나를 엄마로 인정해주지도 않고 잘 찾지도 않아서 서운하고 외롭다. 하고 싶은 말도 하지 못해 억울하고 속상하다”면서 “다리가 아파 어디 다니기도 힘들고, 몸도 마음도 지칠 때면 ‘그냥 죽는 게 더 낫지’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하소연을 했다.

인천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가족이나 사회로부터 학대받거나 우울증이 있는 경우 자살행동이 많이 나타난다”며 “원도심이나 도서지역 등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인천지역 특성에 맞춰 자살위기 노인을 관리할 예방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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