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체육단체 통합, 다 버리고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을 이끌고 있는 ‘양대 산맥’인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이 진통을 거듭하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체육계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체육단체 통합은 그동안 엘리트 체육의 본산인 대한체육회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태동한 국민생활체육회를 선진 스포츠 시스템 구축과 체육발전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하나로 통합하자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을 골자로 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하면서 양 단체의 통합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개정안을 근거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6월27일까지 통합준비위원회(통준위)를 구성하고, 2016년 3월까지 새로운 통합 체육단체를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양 단체의 통합을 위한 통준위 구성 기한이 불과 10일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아직도 구성 비율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등 표류하고 있다.

문체부와 국민생활체육회는 당초 지난 3월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설훈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위원장, 안민석 새정치연합 국회의원, 김정행 대한체육회장, 강영중 국민생활체육회장 등이 함께 한 조찬 모임에서 대한체육회 3명(사무총장 + 추천 2명), 국민생활체육회 3명(사무총장 + 추천 2명), 문체부 추천인사 3명, 국회 추천인사 2명으로 하는 ‘3-3-3-2’안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대한체육회는 이에 대한 이견을 보이며 ‘4-4-3-2’안을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문체부와 국민생활체육회가 내년 3월 통합 체육회 출범을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대한체육회와 안민석 의원 등은 지난해 11월 양 단체와 문체부, 안민석 의원 등이 합의한 ‘2017년 2월 이전 통합’ 합의정신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양 단체가 통합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면서도 통합을 위한 첫 단계인 통준위 구성 문제와 통합시기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양 단체의 이견 뒤에는 자기 단체 중심의 통합을 이루기 위한 기싸움과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단체는 근본적으로 ‘국민체육 진흥’에 뜻을 두고 있지만 엘리트 선수 육성에만 주력해온 대한체육회에 반해 국민생활체육회는 전국적으로 1천800여만 명의 동호인을 거느린 단체로 그동안 각종 선거 때마다 소위 ‘표밭’으로 대접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체육회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체육단체들은 통합에 공감을 하면서도 막상 성사되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점차 (엘리트 체육이) 설땅이 좁아질 것이라는 위기론이 팽배해 있다.

이와는 반대로 지난 3월 ‘생활체육진흥법’의 제정으로 임의 단체에서 법적 지위를 확보한 국민생활체육회는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사회적 분위기 또한 소수를 위한 엘리트 체육보다는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이다.

문제는 통합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을 공감하면서도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는 양 단체 관계자들의 태도이다.

체육단체의 통합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상호 발전은 물론 체육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려는 것으로, 양 체육단체의 몇몇 관리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조직 구성원들의 밥그릇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진정한 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통합 이후의 실익을 따지기보다는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려는 마음이 선행돼야 하며, 통합 과정에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지방체육의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시기에 얽매이지 말고 진정성을 담보로 통합을 이루려는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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