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위기 아닌 기회… 외면받던 ‘돼지가죽’ 화려한 飛上
정부의 소비활성화 정책 등으로 내수가 회복세를 띠며 살아나려는 국내 경제 불씨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같은 악재를 극복할 대안으로 지난해 비준된 한ㆍ중 FTA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4년 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 규모는 1천452억8천770만1천달러로 2위인 미국(702억8천487만2천달러)과 약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2위부터 5위의 수출규모를 합쳐야 중국과 비슷해진다.
세계 경제의 블랙홀로 불리며 거대한 인구를 앞세워 단기간에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G2에 오른 중국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경제회복의 희망으로 주목받는 중국시장을 국민이 등을 돌린 돼지가죽(이하 돈피)으로 공략하는 경기도 중소기업이 있다.
가죽가공 중소기업인 (주)고려상사는 한ㆍ중 FTA를 계기로 중국 수출을 늘려 세계로 뻗어나가는 전초전을 치를 계획이다.
■ 무역 적자 섬유시장… ‘돈피’로 돌파
섬유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부문으로 중국 수입 비중이 높다. 특히 한ㆍ중 FTA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악영향을 많이 받을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8~10% 내외에 이르는 섬유 제품 관세 철폐 시 면직물 및 폴리 혼방 직물, 뜨개직물 등에서 중국 제품 유입세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때문이다. 유명 상표 없이 신발, 의류, 가방 등을 소규모로 제작하는 영세 업체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ㆍ중 FTA로 섬유업계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가죽업체인 고려상사는 이 칼바람이 순풍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력상품인 돈피(豚皮)가 국내에서는 인기가 없어 중국의 저가 돼지가죽 제품이 들어와도 경쟁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ㆍ중 FTA로 섬유 부문은 관세 14%가 10년간에 걸쳐 1.4%씩 내려간다. 관세 인하폭이 낮아 수출에 큰 기여를 하지는 못하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와 중국 시장이 개방을 통해 교류한다는 인식이 커져 대 중국 제품 판매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고려상사는 지난해 매출 60억원 중 중국을 대상으로 한 매출이 전체의 50%인 30억원에 달했기때문에 중국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출물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봉건 고려상사 대표는 “교역국 중 가장 많은 부분은 차지하는 중국 수출이 한ㆍ중 FTA 개방으로 지금보다 더 늘어 전체 매출이 20~30%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변에서는 FTA로 섬유업계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가죽제품, 특히 우리가 생산하는 돼지가죽은 개방에 따른 가격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 수출 물량만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중국은 세계시장 열쇠… 끊임없이 기술개발 몰두
돈피는 중국제품의 국내 시장 유입이 없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중국시장에 존재하는 가죽기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를 위해 고려상사가 대비하는 것은 기술개발에 따른 차별화다. 3D 업종이라는 편견 속에서 국내 다른 업체뿐 아니라 해외기업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차별화된 가죽 기술개발에 몰두한 것이다.
과거에는 돈피에 한 가지 색만 입혀 사용했지만, 해외 수출을 위해 다양한 무늬를 넣어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돈피는 가공 작업을 많이 하면 뻣뻣해지는 특성이 있어 화려하게 만들려고 이것저것 그림과 무늬를 넣으면 쓸 수 없게 돼버린다.
시중에 존재하지 않는 기술이었기 때문에 기계도 자체 기술력으로 직접 제작했다. 가죽에 새겨지는 디자인 무늬도 직접 만든 도안을 95% 이상 사용해 제품에 차별성을 높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반짝이는 금가루를 묻힌 돈피 원단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사람들이 황금색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상품에 대한 올해 매출이 크게 늘 것으로 고려상사는 예상했다.
중국 시장 수출 확대에 기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이제 중국은 여러 아시아 국가 중 하나가 아니라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큰 손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중국을 공략하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 지금 고려상사의 비전이다.
김 대표는 “중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에 관심이 많이 가는 것은 한ㆍ중 FTA 등 우리나라의 시장 개방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길이 열렸기 때문”이라며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자동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2016년은 기회와 시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