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따온 신선농산물 소문났네~ 믿고 먹는 ‘안심장터’ 대박났네~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있고 장거리 이동과 다단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식품의 신선도는 높아지고 가격은 낮아진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고양 일산로컬푸드직매장(점장 정광화)은 신뢰를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며 농가에 희망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매장-농가로 이어지는 신뢰의 가치사슬이다.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주민과 농가가 만들어내는 변화의 현장에 다녀왔다.
■ 우리지역서 난 로컬푸드니까… 소비자들 반했다
“오늘은 배추가 싱싱해 보이네. 오늘 저녁에 된장 풀어서 소고기 배춧국 끓일까?” 지난달 24일 고양시 일산동구 풍산동 일산로컬푸드직매장.
며느리와 함께 장을 보러 온 윤효숙 씨(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ㆍ62)가 진열대 위에 올려진 배추를 보며 말했다. 집어든 배추에는 ‘고양시 00동 00지’라는 생산지와 생산자의 이름,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생산자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추 3포기를 골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농민들이 갓 따온 농산물을 바로 골라 먹을 수 있어서 신선하고,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다”는 윤씨는 “내가 원하는 농가 제품을 고를 수 있어 마치 전용 주말농장에서 직접 따서 먹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지역 농산물을 지역민에게 판매하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을 없애고자 일산농협이 지난해 5월 문을 연 이곳은 지역민들의 ‘주말농장’으로 불린다.
농장은 없지만, 농가에서 갓 따온 신선한 농산물이 진열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의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생산자인 농민에게는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당일 수확해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싼값에 공급한다.
오전 6시가 되면 농민들은 자신들이 새벽에 생산한 제품을 판매장에 싣고 와 가격을 결정하고, 직접 포장해 판매장에 진열한다. 판매장에 내는 수수료는 판매금액의 12%로 유통구조를 줄이니 일반 경매에 부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농민들은 남길 수 있다.
포장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연락처, 농산물 소개가 적혀 있다. 농가와 소비자들이 직접 만나는 일이 많다 보니 소비자들은 농산물과 농가에 대해 속속들이 안다. 제품을 산 소비자가 농산물에 불만이 있으면, 전화해 항의하기도 하고, 좋을 땐 칭찬하기도 한다.
농가-매장-생산자로 이어지는 유통구조는 유통 비용을 20%가량 줄였다.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을거리라는 자신감을 내보이듯 소고기 생산이력관리시스템과 소비자들이 무게를 직접 잴 수 있는 저울도 마련했다.
■ 농가·매장·소비자 잇는 탄탄한 ‘신뢰가치 사슬’
우려와 기대 속에 문을 연 후 로컬푸드판매장은 제대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26억원에서 올해 64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신바람이 난 것은 농민들이었다.
도매시장에 내다 파는 게 전부였던 농민들은 로컬푸드 직매장이라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게 됐다. 농민의 이름을 내걸고,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이라는 신뢰를 확보하니 단골손님도 생겨나면서 농민들의 매출은 두배 이상 증가했다.
변한 건 매출만이 아니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 취급하는 이곳에 사시사철 다양한 농산물을 판매하고자 농가들은 새로운 작물을 심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성공 비결은 농산물에 대한 투명성과 소비자들의 신뢰다. 매장 판매 원칙은 당일 생산, 당일 판매의 철저한 1일 시스템이다.
또 고양시농업기술센터와 업무협약을 맺어 일주일에 대표 상품 10점씩을 정밀 검사하고, 기준치 이상 농약이 검출되면 출하를 정지해 안전성을 높였다. 농가도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다 보니 질 좋은 농산물을 판매하려고 더욱 노력했다.
소비자들은 농가가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판매한다고 믿고, 농가들은 이렇게 얻은 수익이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것을 확인했다. 매장은 농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한다.
농가-매장-소비자 간에 믿음과 신뢰가 절로 쌓이면서 이곳은 문을 연지 1년 반 만에 지역민들의 ‘애장터’가 됐다.
정광화 점장은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과 소비자가 신뢰로 연결되는 곳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가 깨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로컬푸드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을 더욱 높이고자 소비뿐만 아니라, 농업에 대한 문화를 알 수 있도록 신개념 공간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로컬푸드 ‘信바람’
신뢰+안전 먹을거리 ‘농가 새 희망’… 2018년까지 직매장 대폭 확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시대다. 농가들은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높이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우선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경기지역에는 지난 10월 기준 11개 시ㆍ군에 17개 로컬푸드 직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가 먹는 농산물을 누가, 어떻게 생산하는지 알 수 있어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다.
로컬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매장의 매출액도 덩달아 늘어났다. 양평 친환경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 2013년 개장 첫해 2억7천800만원이던 매출액이 올 10월 현재 13억7천200만원으로 급증했다. 평택로컬푸드직매장도 2013년 1억8천900만원에서 올해 10억5천300만원으로 매출액이 5.5배나 뛰어올랐다.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경기도는 ‘로컬푸드 기본계획’을 수립, 오는 2018년까지 로컬푸드 직매장을 100곳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농산물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는 농산물이력추적관리로 연 1회 이상 생산과 유통, 판매과정을 조사해 안전성 등을 조사한다.
또 지난 2006년 도입된 농산물우수관리제도(GAP)는 생산단계에서 판매단계까지의 농산식품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한다.
일부 채소ㆍ과일에서 농약이 과다검출 되거나, 학교 급식에서 비위생적인 농산물이 사용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농산물에 대한 국민의 안전성 우려가 커지면서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농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현장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고, 농가의 GAP 교육 이수 여부, 농산물우수관리시설 처리 여부, 이력추적 관리 여부 등을 따져 인증한다. 지난해까지 인증받은 농가는 4만6천323곳에 달한다. 도입 당시인 2006년 220곳이었던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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