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를 말하다] 김병준 국민대 교수

“리더십 갖춘 지도자 없어… 당분간 집단지도체제로 이끌어가야”

▲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국가 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서울의 한 호텔에선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정책기능을 갖춘 정치권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참여정부에서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전세계적인 산업구조변화에 맞춰 우리 정치권이 그에 대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벌 산업구조가 급변하는 시대에 접어든 만큼 우리 사회 전반의 산업에 대해서도 재점검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교수는 그러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이 장기적인 관점의 안목을 갖춘 정책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최근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를 강하게 지적하면서 정치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지금의 열악한 정치공정에서는 과거의 DJ나 YS 같은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이 나타날 수 없다면서 시류를 이끌어가는 정치적 리더가 나타날 때까지 집단지도체제를 통한 리더십 형성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여야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 문제가 지적되고 있는데.

당분간 우리 정치에 리더다운 리더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쉽게 말해 공장이 좋아야 물건이 나오는데 정치공장과 공정이 엉망이다. 열악한 정치공정에서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없다.

 

지금은 리더가 아닌 팔로워들만 나온다. 지도자는 지도를 하고 이끌어야 하는데 지금은 민심을 따라가기 바쁘다.

세월호 사건이 일자 광화문에 나와서 시위하거나 한진중공업 사태 때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국민을 이끌어 가는 사람이 없다. 당분간 이것이 계속되면서 좋은 지도자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제는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서로가 머리를 맞대는 집단의 힘으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참여정부와 비교해 장단점을 분석해 본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고 불안한 부분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지만 창조경제라는 것에 대해 일반 사람들은 감이 잘 안온다. 

아이디어나 기술 쪽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다. 기술과 아이디어와 열정이 있는 것으로 사람과 돈이 움직여야 하는데, 우선 돈이 안움직인다. 금융개혁이 따라올 지 알았는데 그러질 못하더라.

 

또 규제완화를 한다고 하는데 규제완화에 따른 이익을 어떻게 공유할 지에 대해서는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 이밖에 미국 금리가 인상되는 것과 관련해 한국의 유동성이 어디로 움직일 지 모른다. 안움직인다고는 하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인플레이션으로 가면 결국 소득 역전이다.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게 돼 있고 근로소득이 떨어지는데 영세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데 보완책이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불안한 점이 많다.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분명히 해줬으면 좋겠다.

 

가장 문제는 청와대가 정책기능을 상실한 것이다. 장관은 자신의 임기주의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당장 내 임기내 성장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료도 그런데 정치인 출신은 더하다.

 

이를 통제해서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 청와대다. 청와대가 긴 안목에서 전체 내각을 끌고 가야 하는데 정책기능이 마비상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시도에 대한 생각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제도의 취지는 굉장히 좋다. 문제는 한국의 정치적 맹소를 생각해야 한다. 지금 여권은 해도 큰 문제가 없다. 야당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 사회가 정치적 냉소가 심하다. 일반 사람들이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뭐라고 하겠는가. 정치꾼이라고 욕한다.

 

충성심이 강한 사람만 경선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면 누가 참여하겠는가. 소위 친문만 가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오픈프라이머리가 오히려 정치과정을 더 왜곡시키게 된다.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한쪽의 충성도만 높은 상황에서 이를 어떻게 상쇄시킬 수 있을 지의 문제가 크다. 이를 혁신이라고 주장하기 전에 그에 대해 가져올 수 있는 결과들에 대해 합리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에 따른 고민을 충분히 해야 한다. 정치인들끼리도 그래야 협상이 된다. 그 결과가 뻔히 의심되면 리더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사퇴 요구가 안철수 의원 사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문 대표의 사퇴에 대한 견해는.

(문 대표를 보면)장수가 아닌 것 같다. 장수는 가다가 이 길이 아니면 물러선다. 책임을 지고 ‘나는 그만둔다’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표가 대선, 지방선거 (패배) 이후 사퇴했으면 지금쯤 반대로 전면에 나서라는 요청이 이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안되다 보니 지금의 논란이 일고 있다. 지금의 모습으로는 야당이 무슨 일을 하든, 어떤 복지정책을 꺼내든 박근혜 대통령만 점수를 따는 형국이다.

 

-경기도에서 이뤄지고 있는 연정이 중앙정치에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연정이 지방차원에서는 이뤄졌는데 중앙 차원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대결구도를 바꾸는 것이 문제다. 연정을 하려먼 정당들이 최소한 정책정당이 돼야 한다. 정책정당이 아니니까 감정을 동원한다. 야당이 정부비판만 하지 자체적인 안이 없다.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자체 안이 있으면 중재가 가능하다. 지금의 여야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기로 삼아 상대를 찌른다. 

안전문제가 중요한 지에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하려 한다. 정책적인 연합을 할 이유가 없다. 저 정권만 끝나면 우리가 해줄게 식이다. 정책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중선거, 대선거로 바꿔 다당제로 가면 정치적 결합이 가능하다. 양당제다 보니 상충하기만 한다. 연합을 위해서는 다당제가 돼야 한다.

지역변수가 약해질수록 다당제 구도를 통해 타개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경우 슈뢰더가 한 노동개혁에 대해 메르켈도 고민을 한 끝에 그것을 맞다고 인정해 정착됐다. 상대의 정책을 때리기만 하면 대화도 안되고 정책도 안된다. 특히 야당은 정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

 

정당의 정책역량이 바닥으로 떨어져 있고 권한만 커지다보니 목소리만 커졌다. 국정이 더 엉망이 되고 타협도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다.

 

-최근 누리과정 예산이나 청년수당 등을 두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대립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지금의 모습에서는 지방에서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지출을 중앙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면서 지방재정을 옥죈다. 다른 나라 같으면 지방재정을 동원할 경우 반드시 지방정부의 의사를 듣게 돼있다. 일본도 그렇고 미국은 1995년에 법을 만들어 지방재정을 어떻게 보전해줘야 할 지에 대해 대안이 없으면 아예 안건을 올릴 수가 없다. 우리는 중앙이 독단적으로 결정한다.

 

지방이 자체적으로 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일단 수용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제재를 가하면 된다. 재정적 인센티브를 줄이거나 행정적 인센티브를 줄이면 된다. 일종의 실험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앙이 무조건 견제할 필요가 없다. 

실험적인 것이 필요하다. 청년수당의 경우 좌파내부에서도 논박이 치열하다. 겉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전통적인 좌파입장에서 사회변화에 대한 의욕도 꺾고 스스로 계획하는 것도 꺾어 모순이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지역단위에서 내부적으로 하고 결정하는 것은 쉽게 만회할 수 있다. 

지방정부가 시도를 하는 것에 대해 국가가 큰 틀에서 실험으로 이해를 하면 지금보다 더 낫다고 본다.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 재임 당시 이루지 못해 아쉬웠던 정책이 있다면.

산업구조조정을 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못했다. 지방분권과 자치도 지금의 모습으로까지밖에 못했다. 국가의 운영체제와 관련해서는 분권을 못한 것이고 경제쪽으로는 산업구조조정과 금융개혁을 제대로 못한 것이 아쉽다.

 

지금 정부에서도 제일 역점을 둘 일은 산업구조조정이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차원의 분업구조가 다 바뀌고 있다. 과거에 제조업을 이끌었던 미국이 금융을 거쳐 다시 제조업으로 회귀했고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역시 인천항을 통해 중국에 부품수출을 70%가까이 했지만 이제는 거의 비슷해진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제품을 국내로 들여와 국내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분업구조가 바뀌면 그에 따른 사업구조 개편이 돼야 하는데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이 없다. 정치력을 발휘해서 미래의 먹거리를 마련해야 한다.

 

대담=강해인 정치부 부국장

정리=정진욱기자 

김병준 교수는…

▲1954년 경북 고령 출생

▲국민대학교 행정정책학부 교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방자치특별위원장

▲천년민주당 노무현대통령후보 정책자문단 단장

▲대통령자문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제7대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부총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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