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와 타협 모르는 국회… 여야 함께 민생 먼저 챙겨야”
2015년 마감을 열흘 정도 앞둔 12월21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에 있는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에서 이종찬 관장(80)을 만났다. 이 관장은 노블레스오블리주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리는 독립운동가 우당 선생의 손자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59, 4선, 안양 만안)와는 사촌간이다.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면서 국회의원 4선(11~14대)을 역임하고, 제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제22대 국가정보원장을 역임한 이 관장에게 ‘대한민국 정치의 길’을 물었다.
-먼저, 활동을 마감하고 있는 19대 국회를 어떻게 보시는지.
국회 수준이 점점 저하되고 있다. 16대 국회는 법을 만들어 통과시킨 비율이 27%, 17대는 21.2%, 18대는 13.6%, 19대는 11.2%다. 계속 떨어져가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신중하게 법을 내놓지 않는다는 뜻도 있고, 또 법이 시류에 맞지 않는다.
법만 냈을 뿐이지 그 법이 통과돼서 국가정책으로 삼아야 되겠다는 의지가 없다. 그만큼 국회의원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진지하게 국가정책에 대해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19대 의원은 약 50%가 초선이다. 국회의원들이 계속 새로 들어와서 안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초선의원이기 때문에 여당은 잘 모르니까 정부에서 하고 싶은 대로 우왕좌왕하고, 야당은 강경한 사람만 생긴다. 초선이니까 강경하게만 하면 되지 타협, 협상 이런 거에 대해 아주 서툴다.
미국에 딩겔이라는 의원이 있다. 미시간주 민주당 의원인데 3 0선이다. 최장수 국회의원으로 57년간 했다. 남긴 말 중에 경청할 말이 있다. “의회란 (여야가) 함께 하는 것이다. 모든 미국인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타협이라는 말만큼 고귀한 건 없다”고 했다.
의회란 기본적으로 타협하는 곳이다. 그런데 부딪치고 싸우고 있다. 이게 우리 국회의 약점이다. 타협을 모르는 국회가 됐다. 나는 원내총무 3번이나 했다. 11대 2번 12대 1번, 그 당시 좌우명은 ‘여당이 51% 이상 가지려 하지 말자, 49%는 야당에게 역할을 주자’, 그래서 내가 있을 때 한번도 강행 통과라든가 날치기가 없었다.
-(사촌동생)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있는지.
이종걸 원내대표가 여기 왔을 때 총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타협이다. 원내대표는 누가 뭐라해도 협상이고 타협이다.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내는 거다. 작품을 못 만들어내고 거리로 나가는 건 원내대표가 하는 짓이 아니다. 국회를 지키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작품은 뭐냐, 여야가 합의해서 결의안을 만들든 법률안을 만들든 자꾸 만들어내야 한다. 만드는 숫자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데 (19대) 11.2%는 안된다고 했다.
-여야협상이 잘 안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지.
안타까운게 여당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야당은 강경파 눈치만 보고 있다. 이게 안되는 이유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기 때문에 청와대가 옭아매려 해선 안된다. 자유로운 의사표시를 할 수 있도록 보장을 해주고 야당도 강경하게만 하면 안된다.
-정치가 국민에게 사랑을 받으려면 20대 총선에서 어떤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나.
자꾸 물갈이를 능사라고 생각하는데 잘한 국회의원은 계속 잘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 그리고 여야가 거물끼리 붙여버린다.
그러면 하나가 떨어질거 아니냐, 근데 그 사람 하나 길러내기 위해 정치권에서 얼마나 투자했느냐. 대표적인게 손학규 아닌가.
그런 인물을 배출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나. 국회의원도 했고, (경기)지사도 했고, 그 많은 경력을 쌓은 사람이 정치권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제도권과 정당에서 없애버리고 탕진시켜버린다.
이런 풍토가 정치를 메마르게 한다. 또하나는 소선거구제다. 소선거구제 하니까 영남에는 무조건 새누리당, 호남에는 무조건 새정연 이게 메마르게 한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둘이 합하면 의석을 94% 차지했는데 실제 득표는 60%밖에 못했다. 사표가 40%가 나왔다. 국민의 40% 의사가 국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민주주의 제도의 맹점이다. 여야가 9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법을 안고친다. 기득권이 됐다. 문재인·안철수 싸움이 왜 일어났냐 하면 바로 승자독식식 선거법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제도 자체를 고쳐야 한다. 지역별 비례대표제라든가 중선거구제로 바꿔서 사표를 방지해야 한다.
국회의원다운 국회의원은 서울과 경기밖에 없다. 나머지는 지역주의의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하고 경기도는 지역주의가 없다. 자기의 실력으로 당선된다. 서울만 해도 강남에 무조건 새누리당이 당선되는 지역이 있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지난번 대통령에게 경제활성화와 관련, “재래시장에 가 보시라”고 한 적이 있는데 지금 대통령에게 고언을 한다면.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존중해야 한다. 국회와 국회의장에게 압력을 가하고 하는 것은 안된다. 국회에 맡겨야 한다. 어떤 법을 만들든 청와대가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된다. 불만이 있으면 나중에 거부권하면 된다.
국회에 역할을 줘야지 청와대가 입법기능을 침해하는 것은 안좋고 대통령이 앉아서 자꾸 국회를 나무라는 것은 더더욱 안좋다. 모든 책임을 국회에게 돌리는 데 그건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왜 반대하는냐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국회와, 특히 야당과 소통이 없다. 그건 안된다.
-대통령은 경제활성화, 민생법안을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 안한다고 했는데.
야당이 뭐하고 뭐하고 교환조건을 붙이는데 그건 안된다. 법은 법대로 맹점이 뭐냐 수정해서 타협해서 자꾸 넘겨야 한다. 작품을 만들어 넘겨야지 이것을 국회의원 선거법과 연동시킨다 이것은 좋은 국회 운영방법이 아니다.
정치가 매말라지고 싸우는 것은 국민들을 짜증날 수 있게 하는 일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타협을 본령으로 삼는 쪽으로 가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 여야가 자꾸 합의를 늦추면 IMF 또 오지말라는 보장이 없다.
-우당 선생은 ‘독립을 위해 백성을 깨우쳐야 한다’ 말씀하셨는데, 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창조경제 하는데 대학이 창조적 능력을 오히려 자꾸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대학교 우등생이 노벨상과 가장 거리가 멀다는 얘기가 있지 않나. 왜 그런가. 창조적 능력을 상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창조적 능력을 갖춘 교육제도를 만들어야 하고 창조경제에 맞는 교육제도를 등한히 해서는 안된다. 창조성을 향발(向發)하려면 사람들이 제각기 생각하도록 개방해야 한다. 백화제방(百花齊放)을 해야 한다. 그런걸 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도 국정화는 아니다. 역행하는 거다. 하나로 통일시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사람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하는 것을 권장해줘야 한다.
-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일부 교사들이)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니까 정부에서 해야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데.
나는 거기에 대해 반문하고 싶다. 검인정은 교육부가 도장 안찍으면 교과서 못한다. 검인정은 검열을 거친 교과서인데, 검열을 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책임을 왜 묻지 않나. 이런이런 잘못된 역사는 누가누가 검정했다 하면 그 사람도 책임져야지. 근데 책임지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고 국정화로 가는 건 절차가 빠진 것이다. 교육부장관이 국민앞에 석고대죄해야 한다. 내가 있을 때 검인정을 잘 못했다 얘기해야 한다. 거기에 대해서는 얘기 한마디도 없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을 만들고 싶다고 했는데.
중국에는 기념관이 다섯 개나 있고, 파리에도 하나 있다. 근데 국내에는 없다. 솔직한 얘기로 이승만 노선과 김구 노선이 서로 충돌하고 있지 않나. 두 분 모두 공7 과3 이다. 두 분 다 임시정부 기념관 내에 다 초청해야 한다.
안창호도 들어오고 여운형도 들어오고, 임시정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사상과 이념을 떠나 독립이라는 것을 놓고 한 데 융합을 했다. 그걸 한번 재현하고 싶다.
그래서 남남갈등 해소하고 통일에 있어서도 우리가 우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임시정부를 내세워야 한다. 통일의 길에 대한민국이 우위에 서기 위해서다.
관련법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가 합의했다. 이론이 없다. 국가보훈처 예산으로 타당성조사 10억원이 책정됐다. 법인 등록하고 기부금품법에 의거 민간 모금도 해서 정부예산과 민간모금을 합해 하나의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2014년 11월17일 준비위원회가 구성이 됐고 2015년 11월23일 추진위가 발족이 됐다. 제가 위원장이 됐다. 이사들을 모셔서 법인등록을 위한 서류를 갖추고 있다. 내년에 팔순인데 마지막 내 숙제라고 생각한다.
김재민기자
이종찬 前 국정원장은…
▲경기고·육사 16기(육군 소령 예편)
▲11·12·13·14대 국회의원
▲민정당 원내총무·사무총장, 정무1장관
▲새한국당 대표 및 제14대 대통령후보
▲국민회의 부총재
▲15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국가안전기획부장(국가정보원장)
▲새천년민주당 상임고문
▲우당기념관 관장, 우당장학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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