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치를 말하다] 김진명 작가

“현대사회의 힘은 ‘진실’… 왜곡하는 사람부터 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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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28일 한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작가 김진명을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사회 민감하고 논쟁적인 것들을 모아 소설화한 작가의 화두는 늘 진실이다. 그것이 철학, 가치, 신뢰, 삶이 붕괴된 사회를 복원하는 유일한 대안이라 믿는다. 전형민기자
김진명의 작품은 늘 논쟁적이다. 진실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권력자에 의해 은폐되고, 억압됐던 진실이 작가의 소설에서 계산된 서스펜스와 준엄한 문장으로 활자화된다.

천년제국 고구려를 되살린 김진명 ‘필생의 역작’ <고구려>부터 미중의 거대한 충돌의 그림자에 드리운 한반도의 운명을 그린 <싸드>, 2015년 최대 화제작이었던 <글자전쟁>까지. 실제와 가상, 진실과 허구의 경계에 있다. 

나오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해온 그의 저변에는 늘 이같은 진실 추구의 욕망이 있었다. 2016년을 새해를 맞아 내우외환의 한국현실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작가 김진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5권까지 출간된 <고구려>를 두고, 필생의 역작이라 했다. <고구려> 집필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는 듯하다.

우리는 유구한 역사를 지녔다. 그게 우리의 정체성이고, 자부심이다. 남은 대한민국, 북은 인민공화국, 그 전에 대한제국, 조선, 고려, 더 이전에는 통일신라, 삼국시대, 고조선. 5천 년의 역사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우리는 현실적 영토에 머물러있지만, 역사적 영토까지 증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절망적이다. 역사가 송두리째 망각되고 있다. 그 주체는 우리다. 그러니 중국이 우리 것을 제 것이라 우긴다. 그것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출발이고, 핵심이다. <고구려> 집필은 우리의 망각에 저항하기 위함이다.

 

-삼국지의 재미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여기에는 문단과 대중에 대한 아쉬움이 녹아있다.

그렇다. 이런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에도 우리 문단과 대중의 지각 안에는 ‘삼국지’가 있다. 반면 우리 고구려사는 철저하게 외면 받고 있다. 삼국지 장수는 줄줄 외워도, 고구려 장수는 모른다.

 

식민화돼 있는 셈이다. 우리가 우리 역사를 통째로 중국에 가져다 받치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내가 고구려사를 집필함에 있어서 <삼국지>를 항상 머리에 떠올렸다. 재미나 깊이에서 만큼 반드시 뛰어넘겠다는 생각으로.

 

-중국의 ‘동북공정’은 작가의 주요 화두였다. 현재 미국과 중국 G2로 재편되고 있는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의 동북공정 작업의 저의는 무엇이라 해석하나.

작업의 목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질서 재편이다. 현재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은 미국이다. 항상 미국과의 충돌을 염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이 여전히 한미일 외교의 중심축에 있는지, 아니면 남북중 중심으로 외교 축이 이동했는지가 중국 입장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중국은 남북한과 힘을 합치면 미국과 일본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북한을, 2차적으로는 한국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일본도 끌려올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대처가 중요하다 본다. 사실, 작가의 그간 작업도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한 작가 개인의 대응이라는 생각이다. 긴박하게 진행되는 국가 간 역학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태도, 생각을 가져야 할까.

중국은 동북공정에 전사적이다. 천문학적인 돈과 인력을 투입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점차 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거의 손을 놓고 있다. 역사는 우리 삶의 화두가 아니다. 먹고 사는 일에 치여 사느라,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다. 

하지만 더 큰 재앙은 우리 스스로 정체성을 잃는 거다. 일제강점기 그 비참함을 떠올려보라. 진짜 위기는 정체성 상실에서 비롯된다. 고구려는 고조선을 잇는 우리 문화의 발상지다. 고구려를 안다는 건 우리가 누구고, 어디에서 왔는지, 또 어디로 가야하는 지 고민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삶의 식민화는 결국, 뿌리의 문제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작 <글자전쟁> 집필은 중국의 야욕과 우리의 망각을 향한 일침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사실 <글자전쟁>은 진실에 관한 이야기다. ‘한자’가 중국의 문자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 것이다. 이건 내 주장이 아니라, 중국 고고학자들의 생각이다. 우리가 과거의 진실을 아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록과 과학이다. 하지만 기록은 객관성이 떨어진다. 주체에 의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과학은 실증적이다. 고고학이 그거다. 중국의 고고학자들은 은나라를 동이족이 세웠다고 결론을 내린다. 은나라 수도 은허가 있던 지역에서 동이족의 인골, 유골과 비슷한 무덤 형태가 나와서다.

여기서 갑골문 4천500여 자도 발굴됐다. 이게 한자의 기원이다. 동이족의 문자인 셈이다. 우리가 바로 그 동이족이고 결국, 한자는 우리의 문자라는 것이다. 그런 ‘팩트’를 전제로 재구성한 것이 이번 책이다. 

-충격적이다. 그런데 왜 우리 역사에서 한 번도 그 같은 내용이 조명된 적이 없었을까.

우리의 사상과도 관련돼 있다. 우리는 유교국가다. 공자를 숭상한 나라다. 문헌의 모든 기록은 공자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공자 한 사람이 살던 시대로부터 천 년 전에 멸망한 은나라를 객관적으로 기술할리 만무하다. 

공자는 주나라의 관점에서 역사를 쓰며 동이족의 나라인 은나라를 한족으로 둔갑시켰다. 그래서 맹자는 공자의 역사책 ‘서경’(書經)을 믿느니 차라리 없는데 낫다고 말한 것이다. 이런 공자의 사상이 우리 민족의 주류였고, 이에 반하는 것은 금기시 됐고, 배척됐다. 이런 사상적 토양이 배경이라 본다.

 

-중국 사학자들의 반론은 없었나.

없었다. 앞서 말한 대로 내 생각이 아니다. 중국 고고학자들의 주장이다. 나는 그 생각을 확장했을 뿐이다. 따라서 일체의 반론도 없었다. 1899년 은나라의 수도 ‘은허’(殷墟)를 발굴하러 갔을 때 도출된 결론이었다. 따라서 반론이 있다면, 나에게 할 것이 아니라 그들 자신들에게 해야 하는 것이 맞다.

 

-우리가 모르던 역사적 진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소설은 ‘계몽적’인 것 같다. 최근 포털 다음에서 1억 원 규모로 진행 중인 스토리 펀딩도 그 같은 맥락이라 들었다. 어떤 내용인가.

잘 봤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해 1월까지 3달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주제로 만화책을 제작하기 위함이다. 

7대 미스터리는 글자부터, 역사, 외교까지 그간 내 작품에서 제시됐던 주제들이다. 소설도 좋지만, 현대는 책을 읽기 힘든 환경이다. 이미지가 중심이 되는 시대다. 역사적 진실을 알리기 위해서는 대중과 더욱 친밀해야 한다. 그게 나의 목표다. 반응이 좋아 두 달 만에 8천만 원이 모였다. 기대해도 좋다.

 

-작가의 작품을 보면, 대게 중국이 부정적으로 그려진다. 가령 <싸드>에서는 ‘중국은 나라가 아니라’는 대사까지 나온다. 중국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가 있나.

두 가지다. 중국은 중화팽창주의를 강조한다. 그들의 기본 가치다. 반면, 우리는 항상 중국에 지배와 핍박을 받아왔다. 

일방적으로 당하거나 섬겼다. 그게 어느 날 사라지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 여긴다. 중국에 대한 끊임없는 경계와 감시는 우리 생존에 중요하다. 또 하나는 이들이 현실적으로 우리 역사를 강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역사를 빼앗는다는 것은 현재의 우리를 부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이지 않지만 우리를 타격하고 있는 셈이다. 그에 대한 의식적 반격이다.

 

-그럼에도 중국은 우리와 친밀함을 유지해야 하는 국가다. 적당한 선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연성을 찾아야 한다. 그럼에도 경계가 무너지고, 자본에만 경도한다면 결국, 우리는 역사,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 같은 징후는 도처에서 발견된다. 우리 나름의 방향과 기준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작가의 소설은 늘 현실을 향해있다. 소설 속 주인공도 대부분 현실 캐릭터다.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리면 가상이 실재를 압도하고 있다는 느낌도 있다. 이런 문학을 추구하는 이유가 뭔가.

현대의 힘은 ‘진실’이다. 하지만 진실은 늘 구부러지고, 왜곡되게 마련이다. 한 사회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진실을 왜곡하는 자로부터 진실을 되찾아 그 사회가 알게 하는 것이다. 

가령 <싸드>의 경우도 그냥, 북한 핵무기를 막는 무기쯤으로 생각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사들여올 뻔 했다. 그러나 진실을 알고 보면, 동북아의 역학관계 속에서 이뤄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진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 그로부터 뭐가 파생돼 오는 것은 중요치 않다. 숨겨진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야 말로 사회가 힘을 갖는 것이라 믿는다.

 

-작가의 작품은 하나의 실마리에서 출발해 여러 개의 실타래로 확장하며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창적이면서 사실적 구성이다. 그게 인기 요인인 듯도 하다. 이런 소재를 발굴하는 작가만의 비결이 있나.

관찰이다. 그리고 사유다. 이건 단순 뉴스 시청만으로 이룰 수 없다. 뉴스란 본질적으로 프레임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같은 사실이라도 채널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다양한 글을 읽는 게 좋다. 그러다 보면 단일한 사건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따져보고 사유하면 진실을 외형을 가늠할 수 있다. 진실은 결국, 의지,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저널리스트의 취재과정과도 비슷하다. 소재 발굴도 이와 다르지 않다.

 

-드라마나 영화화 제의를 많이 받았을 것 같은데.

없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끝이었다. 제의도 거의 없었다. 나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루다 보니 꺼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에 영화화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감독과 제작자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웃음).

 

-2016년 새해다. 마지막 독자들에게 한 말씀 전한다면.

세상에는 두 가지 힘이 있다. 하나는 지식, 지위, 돈 같은 사회자본이고, 다른 하나는 진지함, 성실함, 검소함, 소박함, 착함, 순수함. 이런 내면의 힘이다. 한국사회는 워낙 변화가 빠르고, 역사의 질곡이 많다보니, 사회든 개인이든 내면의 힘이 아닌 외면에 힘에만 적응해 살아왔다. 진짜 힘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새해에는 내면의 세계에도 눈을 돌리고, 힘을 키우는 그런 해가 됐으면 좋겠다.

 

박광수기자

김진명 작가는…

▲1958년 부산 출생

▲보성고등학교•한국외대 법학과 졸업

▲대표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993), <1026>(1999), <천년의 금서>(20 09), <고구려 1~5>(2011~2013), <싸드>(2014), <글자전쟁>(2015) 外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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