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풀고 미래로…]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

반대의 목소리 경청이 사태 해결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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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비현상을 극복한 우수사례로 기대를 모았던 화성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가 사업의 가닥은 잡았지만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기피시설로 인식돼 유치 신청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화성지역 6개 마을이 경쟁적으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선정지 인근 서수원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친 것이다.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는 화성시 매송면 숙곡리 일원 30만㎡여 부지에 건립되며,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비 약 1천203억원을 투입, 화장로 13기, 봉안시설 약 2만7천기, 자연장지 약 3만8천기, 장례식장 6실을 건립해 경기 서남부권 주민에게 원스톱 장례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부지가 서수원 호매실지구와 인접해 피해가 우려되자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고 경기도의 중재 시도도 성과를 보지 못한 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

 

■ 광역화장장의 출발

화성시는 화장수요의 급증으로 화장시설 건립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인근 시·군과 함께 건립하고 이용하는 공동형 장사시설을 추진하고자 2011년 11월 ‘(가칭)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2013년 과천, 군포, 부천, 시흥, 안양, 의왕, 평택 등 7개 시가 참여의향서를 제출, 이들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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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후보지 공모 결과 서신면 궁평2리, 매송면 숙곡1리 등 6개 마을이 접수했다. 당초 님비시설로 인식되어 유치신청이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치열한 각축을 벌인 것이다. 

이는 50억원 이내의 마을발전기금은 물론 150억 수준의 마을기반시설과 주민복지시설 건립 등 시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었기 때문으로, 서면심사와 현장심사, 입지타당성조사용역 등을 거쳐 매송면 숙곡1리가 최종 선정됐다.

 

이후 안산과 광명도 참여의향을 밝히면서 총 10개 시·군이 공동 추진하기로 했지만 지자체 간 수익 분배 문제와 재정상황 등으로 5개 지자체가 불참하기로 하면서 화성, 부천, 안산, 시흥, 광명 등 5개 시·군이 최종적으로 추진하게 됐다.

 

■ 서수원 주민의 반발

화성시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이 ‘함백산 메모리얼파크’라는 이름으로 매송면 숙곡1리에 들어오기로 하자 서수원 주민들은 반발에 나섰다. 

해당 부지가 칠보산을 경계로 서수원권 택지개발지구인 호매실지구 아파트 단지와 불과 2㎞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호매실지구 주민들은 지난해 1월 칠보산 화장장 건립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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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건립저지집회
이들은 칠보산의 생태계가 파괴될 뿐 아니라 소각로에서 연소돼 나오는 배출물이 편서풍을 타고 호매실지구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획 과정에서 수원시민의 의견수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 5월 발표된 경기연구원의 화장시설 환경영향 분석 결과는 반발을 더욱 확산시켰다. 발표자료에 따르면 함백산 메모리얼 파크는 최신ㆍ최적방지시설이 설치되기 때문에 기존 화장시설에 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현저히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자 비대위 등 서수원 주민 2천여 명은 입지 선정에 관여했던 경기연구원의 자료는 신뢰할 수 없다며 경기도청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건립계획 재검토와 이전을 촉구했다.

 

■ 갈등관리기구도 풀지 못하는 갈등

첨예한 갈등이 지속되자 갈등관리기구가 출범했다. 갈등관리기구는 경기도가 주관하고 수원시 주민대표 5명, 화성시 5명, 갈등조정 전문가 2명 등 12명으로 구성돼 지난해 3월18일 첫 모임을 가졌다.

 

하지만 경기연구원의 연구 용역 발표 뒤 경기도는 화장장 건립을 위해 화성시가 도시계획위원회에 제출한 개발제한구역(GB) 관리계획 변경(해제)안 상정을 국토부에 의뢰했고, 이에 주민대표들은 ‘갈등관리기구가 요식적인 행위에 불과했다’며 회의에도 불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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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도시계획위원회의 현장조사
이처럼 수원시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함백산 메모리얼파크 조성사업을 위한 ‘2016년 수도권 개발제한구역 관리계획 변경안 심의안’이 한차례 보류되기도 했지만 결국 지난달 24일 조건부로 승인했다.

 

이에 광역화장장 건립은 탄력을 받게 됐지만 서수원 주민들은 “환경영향평가 등 앞으로 남은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저지 운동을 펴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 주민과의 신뢰 회복이 급선무

전문가들은 광역화장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서수원 주민들의 불신이 너무 크다는 점이 갈등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이렇게 되기까지는 경기도와 화성시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 소장은 “광역화장장 추진은 님비 현상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장사문화 정착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시도”라며 “하지만 서수원 주민들과의 사전협의가 배제되면서 이들의 우려가 더욱 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기도는 한쪽으로는 갈등관리기구를 열어놓고, 다른 한쪽으로는 용역결과를 발표하고 그린벨트 해제 절차를 추진하는 등 양면성을 보여 주민들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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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조정협의회 첫 회의
이 소장은 “애초에 경기도가 중재를 시도했으니 미진한 부분을 보완해 다시 한번 협의체를 구성해보는 것을 제안한다”며 “이 과정에서 환경과 건강상 피해 등 사실관계를 둘러싼 논란은 공정하고 투명하며 중립적인 절차를 밟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태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정책연구실장은 “아무도 제대로 된 중재를 하지 않았고 일부 정치인들은 문제를 부풀리고 갈등을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이어 “수도권은 2014년 말부터 이미 제2의 화장대란이 시작돼 화장장 건립이 시급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화장대국이라는 일본 나고야 제2화장장 건립은 어떻게 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 치밀하게 준비하느라 18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박 실장은 “화장장을 환영하는 지역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수원시민들이 왜 아파하는지 많이 헤아리고 길게, 넓게 보는 것이 갈등을 풀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강인묵·구예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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