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인터뷰]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학생’과 ‘현장’ 중심… “혁신학교는 우리교육의 미래”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2016년 경기도교육청을 운영해 나갈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남들이 보면 실패라고 할 수 있지만,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여깁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점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성과가 없더라도 도전했던 그 자체가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교육감은 “예를 들어 혁신학교의 경우 시도했던 10개 정책 모두가 성공한다면 더 할 나위 없겠지만, 그 중에 1~2가지 부분에서만 결과를 내더라도 결코 실패라고 보지 않는다”며 “모든 것을 평가라는 틀 안에 넣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도교육청 직원들도 긍정의 마인드로 일단 부딪혀봤으면 좋겠다”라며 “두려움이나 걱정, 아니면 타성 때문인지 해보지도 않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앞으로는 적극성을 가지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취임 후 경기교육을 돌이켜본다면.

도교육청은 모든 정책과 교육 체제, 그리고 교육 가치를 ‘학생’과 ‘현장’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의 일환으로 혁신교육 발전에 중점을 뒀다. 혁신교육의 일반화 정책을 빠르게 실현하고자 혁신학교 전 단계인 혁신공감학교를 1천723교(전체 학교의 89.4%)까지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경기혁신교육이 새로운 수업과 학교문화의 개선, 현장중심교육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이야기해준다.

 

또 자치교육 확립을 위해 경기도 지역교육 현안협의회를 체계화해 지방교육자치 체계를 확립했다. 특히 여기에는 학생 대표들이 참여해 학생의 관점과 바람을 지역교육 목표에 반영하기도 했다.

 

학생중심 교육을 위한 교원 인사제도를 개선하고 조직혁신도 단행했다. 아직 교육지원청 조직혁신 및 업무효율화 등은 더 이루어야할 과제로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경기교육과 학생들이 받아온 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 경기도는 그동안 학생수는 26.3%(2015년기준)를 차지하지만, 보통교부금은 21%를 받아 예산상 불이익을 받아왔다. 

경기도 학생들은 결국 타 시·도 학생들보다 1인당 평균 약187만원(2014년기준) 적게 교육비를 배정받아왔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6년 교부금 배부에 학생수 비중을 높였다.

 

4.16 세월호 참사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월호 참사가 교육계에 준 충격에 무한한 책임을 통감한다. 유가족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슬픔을 너무나 가슴 깊이 느끼며, 희생된 학생과 선생님들의 꿈과 희망을 우리가 이어가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단원고를 ‘더 좋은 일반고교’로 만들어 가는 것은 희생 학생과 교사들을 기리며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최근 ‘꿈의학교’ 발표회를 개최했는데 성과와 추진 방향은.

학생들은 많이 자고,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 주어진 무언가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길러나가는 것이 교육이다.

 

지금처럼 주입식, 암기식이어서는 안 된다. 스스로 이해할 수 있어야지 강제로 집어넣은 지식은 지식이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양가가 없다. 금방 잊게 되고 인생에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공교육 안에는 다양한 배움을 인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현재는 혁신학교 외에 새로운 교육에 대한 수요를 적절히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쉼과 꿈을 꾸면서 진로를 탐색할 수 있고, 사교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예술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학교는 물론 학교를 떠난 학생을 품을 수 있는 학교가 바로 ‘꿈의학교’다.

 

꿈의학교는 2015년 4월 사업자 공모를 통해 총 397편이 접수됐고 엄격한 심사를 거친 51개의 꿈의학교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꿈의학교 성장발표회를 가졌다. 

여기에 참여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꿈의학교를 통해 자신감과 활력, 행복감을 얻었다”며 만족감을 표시하고 확대를 요청하기도 했다. 꿈의학교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이러한 학생들의 변화이다. 꿈의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하고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혁신학교’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혁신학교를 통해 거둔 교육효과와 앞으로의 계획은.

김상곤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는 경기교육이 만들어낸 경기도의 자랑거리다. 경기혁신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교육을 발전시키고 학생과 현장이 중심이 되는 교육행정을 펼쳐나가는 것이 향후 주어진 과제다.

 

혁신학교는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교육문화이고 경기교육의 희망이다. 혁신학교는 그 동안의 교육 형태에 지친 교사, 학생, 학부모 사이에서 각광받는 교육 방식이다. 이러한 정신은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교육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학교문화, 교실문화의 변화이다.

 

구체적으로 학생중심의 변화와 개혁,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들고 경험하는 교육, 교과서 중심이 아닌 현장중심, 학생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는 교육이다.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집중하는 학교, 자사고나 특목고도 아닌데 자녀들을 그 학교에 보내려고 그 동네로 이사하게 만드는 학교, 불필요한 사교육 경쟁이 없는 학교가 바로 혁신학교다.

 

각 지역의 환경에 따라 그것에 맞는 적절한 교육방법, 교육문화, 학교문화를 만들어 반드시 성공적인 혁신교육, 혁신학교를 만들어 나가겠다.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보육대란을 막고자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근본적 대책마련을 촉구해 왔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현재 교육청으로서는 대안이 없다.

 

2015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누리과정 문제가 첨예한 과제로 대두됐을 때 정부는 두 가지를 약속했다. 법령을 개정해 교육청이 감당하는데 문제 없게 하겠다는 것과 교부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오히려 의무편성하도록 강제조항을 만들어 버렸고, 2016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정부는 어떠한 방법도 제시하지 않고 강압만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지방채 발행, 지방채에 대한 이자를 국고로 부담하는 방안, 목적예비비 편성 등 정부가 모자라는 부분에 대해 몇 차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우회지원금 3천억 외엔 아무런 얘기가 없다.

 

지방교육재정이 정말 어렵다. 이 문제는 올해에 반드시 끊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누리과정 관련 예산과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발생할 보육대란의 책임을 시도교육청에 전가시키지 말고 책임 있는 모습으로 나서 주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맞서 TF를 구성하기로 하는 등 대응하고 있는데.

그동안 교육현장은 아무런 문제없이 역사교육을 잘 진행해 왔다. 현행 검정역사교과서는 엄격한 교육부의 검정기준에 의해 제작됐고, 교육부 스스로 검정·승인한 교과서다. 정부가 승인한 교과서를 이념 편향 논리로 국정화하겠다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없다. 만약 잘못된 교과서라면 교육부가 사과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국민들과 전국의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이 절대적으로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며, 국민여론을 무시하고 집필진도 공개하지 못하는 국정화는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도교육청은 역사교육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화 철회,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력 증진 방안, 현행 역사 교육에 대한 정책자문 등을 통해 역사교육 발전 종합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교육연정 추진을 계속할 계획인지.

남경필 지사와는 당선 직후부터 함께 만나 교육현안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며 굉장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그동안 경기도가 하지 않았던 무상급식 예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또, 법정전입금인 ‘2014년도 지방세 초과 징수액’을 조기 전출해 누리과정 예산을 두 달치 편성할 수 있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도 경기도와 교육청이 협력해 종합대책본부를 구성해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갔다. 시·도와 교육청이 공동으로 대책본부를 구성한 일은 전국에서 경기도가 유일하다. 작년 6월에는 남경필 지사와 함께 우리 학생들의 꿈과 미래의 역사를 만들기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앞으로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는 교육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며, 경기도의 교육자치와 행정자치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함께 해결해 나가겠다. 

이명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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