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누나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겼다. 아직까지 내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은 누나의 장애가 아니라 그 시절 누나를 대했던 내 태도였다. 간혹 친구들이 집에 놀러올 때면 나는 친구들이 누나의 장애를 알아채 나를 놀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동안의 내 지독한 편견들과 부끄러운 모습들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간 우리 사회가 특권층만을 중심으로 운영되어왔고, 그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얼마나 많은 장애인과 소외된 사람들이 차별을 받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다. 내 어릴 적 기억들로부터 숨고 싶었다. 누나에게 그렇게나 미안하고 고마울 수가 없었다.
시장이 된 이후, 나는 장애인과 그 가족을 만날 때마다 작은 누나와 우리 가족들의 눈물을 떠올렸고 그들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잘 알게 되었다. 장애인들의 삶에 관심을 갖는 일은 곧 나의 가족과 스스로에 관심을 갖는 일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세상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당장 내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겼다.
같은 출발선에서 같은 조건으로 시작하는 것이 평등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는 그들의 불편함이 불리함이 되지 않는 사회가 진정한 평등을 실현하는 공정한 사회라고 믿는다. 꼭 그런 사회를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은 102만 고양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민들은 ‘복지나눔 일촌맺기’ 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효과적인 장애인 복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 사회의 공동체 의식 증진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더불어 시는 맞춤형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구축하고,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회 통합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했다.
2016년 고양시는 ‘장애인이 행복한 도시, 따뜻한 고양시’라는 비전을 세웠다. 이를 위해 고양시 장애인복지 종합계획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복지체계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에 관한 조례 제정에 이은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추후 3만 7천여 명의 고양시 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공급과 수요를 정확히 분석하고, 관련 인프라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는 등 고양시의 지역특성이 반영된 복지시책을 성공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간 시는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며 상당수의 참여자들에게 소득을 보장하고 직업경험의 기회를 제공했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하며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도모했다. 앞으로도 장애인이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장애인 일자리사업을 전면 개편하고, 장애특성과 유형에 따른 맞춤형 일자리 발굴에 주력할 것이다.
아직도 장애인 복지를 향해 고양시와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부족한 것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들의 고통이 단순히 ‘장애’에서 온다고 믿지 않으며, 그 사람이 살아가며 맞닥뜨리게 되는 사회적 장벽들이 당사자들에게 훨씬 가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학업과 취직, 결혼과 보육 같은 큰일들부터 일상의 세세한 일까지 모두. 그런 의미에서 고양시의 미래는 한없이 따뜻하고, 희망적이다.
최성 고양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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