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월, 늦으면 6월 탄핵-기각 결정 6명 이상 찬성땐 60일 내로 대선 치러야
박영수 특검팀 朴 대통령 혐의 규명 주력 박한철 소장·이정미 재판관 퇴임이 변수
현역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심판은 2004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인 가운데 박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헌재 판결이 언제 결정이 날 지, 인용 혹은 기각 중 어떤 결정이 내려질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만약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물러나야 하는 인용 결정, 즉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 60일 내로 대통령 선거가 치러져야 하기 때문에 여야 정당뿐만 아니라 대권 잠룡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언제 결정될까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는 심판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6개월) 이내에 종국결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2월9일 탄핵결정이 났으니 6월 초까지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헌재 판결이 63일 만에 난 점을 감안하면 2월에 헌재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다.
헌재가 결정을 빨리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이유는 ‘국정혼란 최소화’다.
이에 따라 헌재도 일단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이미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박 대통령 측 답변서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제출받았고 변론준비기일을 거쳐 1월3일과 5일 1·2차 변론기일을 잡아 놓은 상태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우선 탄핵 사유에서 노 전 대통령은 ‘다음 총선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는 기자회견 발언’(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등 3가지에 불과했지만 박 대통령 탄핵에는 5개 헌법위반과 8개의 법률위반 등 총 13개의 사유가 포함돼 있다. 검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 행위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 치열한 법리공방을 예고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특검과 국정농단의 당사자인 최순실 등의 형사재판 1심 판결 시기다. 박영수 특검은 2월 말까지가 활동기간이다. 30일을 더 연장하면 3월 말까지 이어지지만 2월 말까지 끝내겠다는 게 특검의 목표다. 헌재 판결 3월 설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1심 판결도 2월 말까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반드시 이들의 1심 판결 이후 결정할 이유는 없지만 박 대통령 측이 답변서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또는 제3자뇌물수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에 대한 증거들은 공범 최순실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1심 판결 이후인 3월께 헌재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그래서 나온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1월31일,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에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도 변수다.
헌법재판소법 제23조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 이상 출석해야 사건을 심리할 수 있고, 탄핵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박 소장의 후임자가 임명되지 못한 채 이 재판관까지 퇴임하면 7명이 남는데, 7명 중 한 명이라도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재판을 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이 재판관이 퇴임하기 전인 3월에 탄핵심판 결정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만약 시기에 관계없이 기각 결정이 내려지면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에 다시 복귀하게 되지만 인용 결정이 내려지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헌재 판결이 3~4월이면 5~6월 대선, 180일을 거의 채운 6월에 인용 선고가 내려지면 8월 무더위 속에 대선이 열리게 된다.
■ 인용이냐 기각이냐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234표(78%)의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됐지만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될 지 기각될 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만약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이 각각 1월과 3월에 퇴임한 뒤 7명이 남아 탄핵심판 결정을 할 경우 2명만 반대해도 6명을 충족시키지 못해 탄핵은 기각되는데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기도 했다.
퇴임하는 재판관을 대신해 새로운 사람을 지명하면 되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지명을 야권이 받아들일 확률은 높지 않다는 점에서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야당과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은 재판관이 8명이든 7명이든 상관없이 국민 여론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도심에서만 100만 명이 넘게 모인 촛불민심과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인 탄핵 찬성표가 헌재의 인용 결정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을 기각하면서 “대통령이 법위반을 통해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한해 대통령 탄핵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한 바 있고,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행위’에 대해서는 “예컨대 뇌물수수, 부정부패, 국가의 이익을 명백히 해하는 행위가 전형적인 예”라고 밝힌 바 있다.
뇌물수수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데, 박 대통령 측은 미르·K스포츠재단 관련 뇌물수수죄와 제3자뇌물수수죄 등 “탄핵 소추 사유는 모두 부적법하거나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하고 있어 특검 수사 등을 통해 뇌물죄가 드러나지 못할 경우 논란이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박영수 특검팀은 12월 중순 본격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공여 혐의 규명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검 수사와 별도로 탄핵심판에서는 대통령이 파면될 수 있는 사유 한 가지만 인정되더라도 탄핵 결정이 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 13가지 중 1가지만 해당되도 인용결정이 날 수 있다는 의미다.
■ 헌재가 정리한 5가지 쟁점
헌재는 지난 12월22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사유를 직권으로 5개 유형별로 정리했다. 또한 가장 논란이 되는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 대통령이 직접 규명해 달라고 당부하는 등 소송 지휘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했다.
헌재가 정리한 5가지 유형은 △최순실 등 비선조직에 의한 국정농단에 따른 국민주권주의와 법치주의 위반 △대통령의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 등이다.
특히 헌재는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청와대 어느 곳에 위치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시각별 업무 내용을 밝혀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헌재가 박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릴지, 대통령직에 복귀하도록 할지 주목된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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