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줄탁동기… 일자리 추경도 타이밍이 중요

수원무 김진표(더) 사본.jpg

정유년, 붉은 닭의 해가 밝았다.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처럼 새해에는 좋은 소식들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는 올해 화두를 줄탁동기(啄同機)로 삼았다.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어미닭과 함께 안팎에서 껍질을 동시에 깨야 한다는 뜻이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시민과 소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안마다 실기하지 않고 적시성(適時性) 있는 선택을 하자는 뜻도 있다.

 

경제도 줄탁동기, 타이밍이 중요하다. 작년 말부터 상반기 추경 편성 여부를 놓고 찬반이 뜨겁다. 경기가 가라앉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재정을 풀어 온기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과 경제가 더 나빠질 때를 대비해 실탄을 아껴둬야 한다고 주장이 팽팽하다.

 

공통점은 찬반론자 모두 올해 경제전망을 어둡게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주요 기관들이 성장률을 2%대로 전망했다. 지난해 10월 한국은행이 2.8%를 내다봤지만 작년 말 JP모건 2.3%, 노무라 2.0%를 예측하는 등 최근 들어서 전망치가 더 낮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내우외환에 처해 있다. 밖에서는 중국이 뉴 노멀 시대에 국내투자를 조정함에 따라 대중수출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으로는 양극화 심화에 따른 소비·투자 위축으로 인해 장기 저성장에 빠져 있다. 1천300조원 가계부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면서 내년도 3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한국도 6월 이후에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이자부담이 늘어나 취약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험이 커지게 된다.

 

한국은행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신용자나 저소득자인 취약계층 부채가 79조원이며 146만명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또한 금리가 1% 포인트 올라가면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9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소득에서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한계가구가 9만 가구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부실위험가구도 6만 가구가 늘어나게 된다.

 

이와 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수단으로는 현실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밖에 없다. 금융정책을 수단으로 활용하기에는 잠재적 시한폭탄인 가계부채가 폭발해버릴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IMF와 OECD가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했지만 정부는 올해 예산을 긴축기조로 편성했다. 지금이라도 정책기조를 바꿔야 한다. 재정을 통해 일자리 공급을 늘리면 소득도 덩달아 올라가 부채상환 능력이 커지고 소비로 이어진다. 2월 대규모 추경이 정답이다. 

‘찔끔 추경’으로는 언발에 오줌누기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올해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것은 물론 추경 규모를 크게 가져가야 한다. SOC 삽질 위주의 사업은 경제살리기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디고 미미하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은 그 효과가 1~2년 지나야 나타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에 그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경우 1990년대 신규 일자리 10개 중 9개가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공공서비스 질을 향상시켜 예산의 누수현상을 막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더 많은 재정 절약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추경 규모를 최소 20조원 이상으로 편성하여 군부사관, 경찰, 소방, 간호, 교육, 사회복지 인력 등 공공분야 일자리를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야만 일자리 절벽에 막혀 헬조선이라고 자조하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1조원이면 월 200만원 일자리 4만개, 10조원이면 40만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행자부의 공무원 정원동결도 풀어야 한다.

 

추경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함께 조선ㆍ해운 등 구조조정에 집중 투입하여 실기하지 않고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 이와 함께 피해근로자, 기업, 지역, 소상공인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기업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올해 대기업 32곳 중 21곳이 투자를 동결하거나 줄일 방침이라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민간기업의 투자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한전, 도로공사 등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일례로 한전의 전선 지중화 사업을 확대하면 전국 곳곳의 지역경제 살리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당국에 경제정책의 적시성을 고려해서 추경을 서둘러 줄 것을 권고한다. 지금이 바로 줄탁동기 할 때다.

 

김진표 국회의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