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공조 조기 균열] 野 분열 현실화… 87년 ‘1노3김’ 구도 재현

종착역 향하는 탄핵열차서 다시 파열음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가능성 희박
87년 野 단일화 실패 판박이 예고 잠룡들 제3지대서 ‘각자 도생’ 꿈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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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야권 대선 주자들의 행보도 두드러지게 빨라지고 있다. 오는 12월20일로 예정됐던 대통령 선거일이 ‘확’ 앞당겨졌기 때문이다. 

“정치는 생물처럼 움직인다”는 말이 또 한 번 입증됐다.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탄핵안은 최장 180일 이내에 판결받게 된다. 

그렇다면, 최장 6월 중순까진 탄핵 심판이 내려진다. 탄핵안이 인용(찬성)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이는 8월경에 차기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셈이다. 

헌재의 탄핵 심판 절차가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2개월 정도 소요된다면 2월 중순부터 대선 정국으로 빨려 들어간다.

■ 탄핵정국 대선 시계 ‘0’ 게임…안개 정국

박 대통령이 탄핵 심판 기간에 하야(下野)할 경우에도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 이래저래 오는 12월 대선 출마를 염두에 뒀던 야권 대권 잠룡들과 참모진의 정치공학 계산이 복잡해졌다. 탄핵 정국이 시작된 마당에 ‘대선 운동’을 드러내놓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대권욕에만 사로잡혔다” “잿밥에만 관심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촛불 민심’만 눈치 보며 손 놓고 있을 수도 없다. 탄핵이 결정되면 두 달(60일) 안에 야당 내 경선과 야권후보단일화를 통한 대선을 모두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각 당의 후보자는 대선 24일 전에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각 당 후보자는 한 달 정도 ‘짧은’ 기간에 정해져야 한다.

한마디로 한 달은 당내 경선, 나머지 한 달은 대선 운동을 해야 하는 셈이다.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은 두 달 정도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문재인 후보를 선출했다. 그나마 잠재 후보가 많은 민주당은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한 달 안에 당내 경선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탄핵만 인용되면 바로 대선 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야권분열 현실화… 87년 ‘1노 3김’ 구도 재현

2012년 대선 때 민주당은 두 달 정도 당내 경선 과정을 거쳐 문재인 후보를 선출했다. 그나마 잠재 후보가 많은 민주당은 “비상시국이기 때문에 한 달 안에 당내 경선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탄핵만 인용되면 바로 대선 체제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선은 다자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뚜렷해지고 있다. 야권의 후보단일화 실패가 기정사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20대 총선 당시 야권 분열에 이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 이후 여권 분열마저 현실화됐다. 실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이후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면서 야권 내부 갈등은 날로 격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은 87년 대선 당시 노태우ㆍ김영삼ㆍ김대중ㆍ김종필 등 이른바 1노 3김 혈투에 버금가는 대혼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가칭 보수개혁신당 4파전 양상보다 더 복합해지는 것.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vs 문재인’이라는 보수ㆍ진보의 완벽한 일대일 구도와는 전혀 다른 현상이다.

 

■ 문재인-안철수 단일화 가능성 희박

야권의 차기구도는 양자대결이었다. 2012년 대선에서 혈투를 벌였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리턴매치를 예상하는 시각이 많았다. 관심은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재수인지 안철수 전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냐 정도였다. 

다만 20대 총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주도한 국민의당이 독자생존에 성공하면서 야권후보 단일화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더구나 대통령 탄핵정국 이후 당·청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면서 야권 우위의 대선지형이 만들어진 것도 단일화를 어렵게 만든 요소다. 더구나 대선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이후 촉박한 일정 속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야권 대선후보 선정의 파열음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에서 야권은 단일화 없이 복수의 후보가 나설 것이라는 게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당내 경선을 거쳐 자체 대선후보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문 전 대표는 20%대 초반의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확장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안 전 대표 역시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오히려 지지율이 급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이 때문에 야권 지지층이 문재인·안철수 전 대표가 아닌 다른 선택지를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차기 대선 다자구도 가능성에도 대선 막판 양자구도 재편 가능성도 여전하다. 야권의 분열된 구도로 대선 승리가 희박하다는 전망이 지속되면 극적 단일화에 나서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밖에 개헌 추진에 따른 대규모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면 기존 정치권 구도를 완전히 허물고 개헌 찬반을 고리로 하는 일대일 양자구도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문재인 ‘선두’…후발주자 합종연횡 거론

민주당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합종연횡에 대한 말도 나오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지지율 급상승으로 야권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부에서 박원순 시장과 둘이 어떻게 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한 것 같은데 저는 안희정 지사와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김부겸 의원과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문재인 후보는 제일 앞서 있으니까 이야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다 합쳐서 팀이 이기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국민이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희정 충남지사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안희정ㆍ박원순ㆍ김부겸ㆍ이재명이 한 우산, 한팀이 되려면 그에 걸맞은 대의와 명분을 우선 말해야 한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로 오로지 자신이 이기기 위한 사술로 전락할 것”이라고 이에 반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역시 “232만 국민이 모인 것은 나라를 바꾸라는 요구”라며 “이번 기회에 부패 기득권 구조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혁신 경쟁을 벌였다.

 

안 전 대표 그러면서 부패사슬을 끊고 썩은 부위를 뿌리까지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면서 부패 청산을 내걸며 독자노선을 천명했다.

 

■ 야권 대선주자 제3지대 변수 되나

문 전 대표와 함께 ‘친노 그룹’으로 분류되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대선 가도를 걷고 있다. 민주당 수도권의 한 중진의원은 안 지사에 대해 “시대정신을 잘 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서로 존댓말 하는 사이였다. 

‘친노’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적자(嫡子)는 안희정 지사와 이광재 전 지사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와 싸우려 하지 말고 자신의 얘기를 해야 한다.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가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문 전 대표가 혹시 ‘꺾이면(지지율이 떨어지면)’ 그때 나서면 된다고 조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독자노선을 걷고 있지만 촛불 정국에서 지지율은 정체됐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도 촛불 정국에서 선명성을 부각시키려 했지만 지지율은 미미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변수도 생겼다. 바로 이재명·박원순·안희정·남경필 등 현역 지자체장이 사직 결심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53조 4항은 보궐선거 시 현역 지자체장이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월 중순 국내에 들어오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권행보다. 현재 반 총장의 발언을 보면 여권행보다 제3지대 행보가 유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탄핵 정국’이 ‘대선 정국’과 맞물리면서 대권 잠룡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행보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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