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공개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관계, 소통, 정보, 공개’에 따른 부담과 피로도가 높다. 사생활 노출 위험성이 큰 것은 물론, 타인의 일상을 보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적잖다. 이 때문에 익명 SNS를 통해 소통과 공감 욕구를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모씨는 ‘김모씨(金某氏)’ 이모씨(李某氏)하듯 누군가를 익명으로 표현하는 단어 ‘모씨(某氏)’에서 따왔다. 앱 접속자의 닉네임은 전부 ‘모씨’로 통일돼 있다. 랜덤으로 나열되는 배경그림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자신이 찍은 사진을 선택해 50자 내외의 문구를 적어 공유하면 ‘새로운’이라는 탭에 노출된다.
해시태그(hash tag·게시물 분류와 검색이 용이하도록 단어 앞에 #를 붙이는 방식)을 설정하면 자동으로 ‘관심 글’에 올려진다. 앱 ‘씀’은 무지노트를 배경으로 작가처럼 글을 쓰는 공간이다. 시국(時局)에 대한 고민이나 의견, 명언 등이 종이책에 인쇄한 듯 만들어져 공유된다.
어라운드에 올라온 고민 글과 답글이 화제다. 이 앱은 라디오 ‘사연엽서’와 유사한데 작성자가 원하는 배경그림을 선택해 100자 내외로 고민 글을 적으면 엽서모양으로 앱에 올라가 사용자들에게 공유된다.
사용자가 130만 명을 넘어서자 ‘어라운드’는 앱에 올라온 2억 개 글 중 일부를 선별해 책을 만들고 전시장을 꾸몄다. ‘어라운드’는 남의 고민 글에 먼저 댓글을 달아 공감한다는 의미 ‘버찌’(인스타그램 하트와 같은 기능)를 획득해야만 자신의 고민 글을 올릴 수 있다. 장난스런 댓글은 버찌를 받지 못해 걸러진다.
블라인드는 2013년 12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현재 국내 1천600여 개 기업들의 익명 게시판이 개설돼 있다. 미국기업이나 일본기업 등 외국계 기업들의 익명 게시판도 존재한다. 서비스 시작 3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다. 블라인드는 사실상 작성자가 누구인지 알려질 위험성이 있는 기업 사내 인트라넷을 대신해 기업의 내부 고발장 역할을 하고 있다.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진 사회적으로 파장인 큰 사건만 해도 2014년 땅콩회항 사건, 2015년 두산인프라코어 20대 명퇴 사건 등이 있다. 이렇게 블라인드가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생기자 기업 측도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게시글이나 댓글 등을 유심히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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