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만점, 경기도 전통시장을 가다] 2. 다국적 문화와 함께하는 ‘부천강남시장’

‘왁자지껄’ 정겨운 흥정소리… “없는거 빼고 다~있지요”

▲ 2014년 강남시장 마을축제 모습.
▲ 2014년 강남시장 마을축제 모습.
모처럼만에 비가 내린 23일 오후 1시 부천 강남시장. 날씨가 흐린 대낮이었지만, 시장엔 제법 손님들로 북적였다. 

입맛을 돋우는 순댓집부터 채소, 식료품, 정육, 의류, 생선, 청과 등 다양한 110개의 점포는 동서남북 사방의 골목에서 손님을 맞이했다. 주머니가 가벼운 손님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못하지만, 덤을 얹어주며 다독이는 상인의 흥정에 웃음소리가 흘러 넘쳤다. 부천강남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고 사는 시장이 아니다. 

이곳엔 매일을 살아내는 지역주민들 삶의 이야기가 속삭였고,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1985년 문을 연 이래로 지역 주민의 삶의 터전으로 자리 잡은 부천강남시장을 찾아가봤다.

■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는 삶의 공간

“있어야 할 건 다 있고요, 없을 건 없답니다.” 부천강남시장에 들어서면 이 노래가 절로 떠오른다. 강남시장은 부천시 원미구 도당동에 자리 잡은 ‘강남상가’ 건물에서 시작됐다. 

건물 한 개가 4개 동으로 동서남북 골목으로 뻗어나가면서 시장을 이뤘다. 언뜻 보면 일반 시장과 다를 바 없지만, 아기자기한 매력과 멋이 숨어 있다. 동서남북으로 갈라진 시장 골목 벽면 곳곳에는 알록달록한 페인트칠을 한 그림이 수를 놓았다. 시장 상인과 시민, 단체 등이 시장 환경 정화를 위해 함께 그린 것이다.

 

상인회는 강남시장을 노력하는 ‘노력형 선진시장’이라고 부른다. 그도 그럴 것이 15년째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수백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특별한 무대공연장도 없다. 하지만 상인과 인근 지역사회단체가 함께 그 이상의 장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공간인 셈이다.

 

그 중 하나는 다문화가 공존하는 시장이다. 시장 주변에는 공장이 많아 다문화 가정과 아시아권에서 온 이주민들이 많다. 시장 내에도 다문화 가정이 운영하는 점포가 한 곳 있다. 그렇다 보니 마케팅도 단순히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함께하고, 고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소통이 목적이다.

 

대표적으로 2012년부터 매년 추석을 전후로 진행하는 ‘강남시장 마을축제’다. 사회단체인 아시아인권문화연대와 함께 하는 이 행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서로 가진 배경을 존중하며 즐겁게 놀고 화합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주민들이 지역 주민과 함께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마음을 나누는 자리인 셈이다.

 

시장 큰 사거리에는 주민동아리를 비롯해 전문 예술인 공연단의 공연무대가 펼쳐진다. 또 시장 공간 곳곳에서는 놀이와 체험, 음식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호응을 얻고 있다. 제대성 회장은 “고향은 달라도, 현재 이곳에 있는 우리가 이웃이라는 것을 느끼며 주민 간 소통, 화합에 기여하는 축제다. 주민이 더욱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는 데 마음을 합하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의 사회적응 훈련을 위한 ‘강남 무료 이동식 카페’도 매주 화요일 오후 2시~4시까지 시장에서 열린다. 인근 사회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이 카페 행사에 부천강남시장은 기꺼이 전기와 공간 등을 내어주고 있다.

 

▲ 2016년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모습.
▲ 2016년 사랑의 김장나눔 행사 모습.
■ 다양한 재밋거리에 수준 높은 고객 서비스까지

역량 강화를 위해 상인 스스로 노력하는 자세는 부천강남시장을 지탱하는 힘이다. 시장에 변화를 주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자 지난 2014년 제1기 상인대학 과정을 시작으로 올해 상인대학 2기를 추진 중이다. 상인대학 과정을 수료한 상인들은 더욱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편안한 쇼핑공간을 만들려고 분주히 노력하고 있다.

 

활기 넘치는 시장을 만들고, 상인들의 도전정신을 위해 상인대학을 이수한 이들을 중심으로 ‘앞치마 중창단’도 만들었다. 앞치마 중창단은 양평, 창원, 안양 등 전통시장박람회가 열리는 곳을 찾아 공연을 펼쳐 상인의 색다른 매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주최한 ‘2014 상인대학 성과확산 워크숍’에서는 장기자랑에 나서 ‘우수상’을 받는 성과도 올렸다. 상인대학을 수료한 졸업생들은 현재 ‘강남시장 봉사단’을 구성해 시장 내외부의 환경미화는 물론 시장 내 크고 작은 일에 앞장서고 있다.

 

활발한 문화사업도 부천강남시장 힘의 원천이다. 올해 열릴 ‘2017년 강남시장 마을축제’에서는 멋진 기타 공연을 선보이고자 상인 문화사업의 일환으로 기타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통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색다른 문화공간도 찾을 수 있다. 상인회 같은 건물의 아래층에 자리 잡은 홀씨도서관은 4년 전 아이와 함께 시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백여 권의 책이 있는 ICT 카페다. 최근에는 주변의 시민단체에서도 모임을 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아시아인권문화연대와 상생공간으로 조성한 ‘문화공간 DD’는 시장의 명물이다. 같이 모여 놀고 싶은 도당동 주민, 시장에서 삶을 터전을 닦은 강남시장 상인, 근사한 재밋거리를 찾는 주민, 색다른 즐거움을 누리고픈 이들이 함께 모일 공간으로 조성했다. 

DD는 도당(DoDang)동의 앞머리를 땄다. 강남시장을 에워싼 주변 지역에 주민들이 모일 만한 공간이 없어 시장 상인회와 아시아인권문화연대에서 뜻을 모았다고 한다.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와는 색다른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이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 기타 동아리, 요가 동아리, 청소년들의 활동 모임인 노리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고객의 편의를 위해 차량을 11대까지 관리할 수 있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고 있어 주차에 큰 무리는 없다. 주차 가능한 시간은 1시간이다. 시장 내 모든 점포에서 온누리상품권과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연인과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있다. 밤이면 부천강남시장은 각양각색의 색이 뿜어져 나오는 근사한 시장으로 변신한다. ‘밤 풍경 조성 사업’으로 시장의 천장에 LED 불빛이 나오는 전등을 수놓았다. 매년 4월에는 강남시장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도당산 벚꽃동산에서 벚꽃축제가 열려 연계 행사도 진행한다. 벚꽃 동산의 정상에는 부천 천문과학관이 있어 시장과 관광을 연계한 여행을 하기에도 좋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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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성 부천강남시장 상인회장

“고객 맞을 준비 완료… 최고의 서비스 위해 뜁니다”

9년째 부천강남시장 상인회를 이끌어 가는 제대성 회장(64)은 시장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35년 전 부천강남시장이 들어설 때부터 이곳에서 터를 잡고 장사를 시작했다.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을 넘어 지역민과 함께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는 데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시장을 이용해 달라고 만은 할 수 없고, 우리가 먼저 고객 맞을 준비를 잘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는 그의 말에서 고객에 대한 남다른 서비스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부천강남시장은 재개발 사업 논란이 십 년 넘게 이어지면서 생기를 잃어갔었다. 하지만, 최근 시장엔 활기와 생기가 넘친다. 상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시민의 협력으로 시장 사거리에서는 다양한 행사와 재미난 이벤트가 펼쳐진다. 상인과 시민이 힘을 똘똘 뭉쳐 시장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제 회장은 “인근에 백화점 등 대형유통업체가 들어서면서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단골손님이 꾸준히 찾아주시고 함께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나가면서 지역민과 성장하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환경개선사업 3년차에 접어들면서 점포 개선이 된 곳도 많지만, 부족한 점포는 함께 발맞춰 환경을 개선하도록 서로 독려한다. 

 

제 회장은 “현대화사업과 주차장 건립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지만, 막대한 예산과 행정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제외하고 상인과 상인회 스스로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은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며 고객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 회장의 지론은 “시장이 역량을 갖춰 잘 운영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 제대로 지속적으로 서비스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다. 그럼에도 그는 “전통시장에 화재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시장에 있는 전기배선은 꼭 정리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관련 기관이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 회장은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를 항상 고민한다”면서 “재미난 이야기와 정이 넘치는 전통시장,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시장으로 앞으로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자신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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