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용량 2ℓ 악취 감수 수일간 보관 불편 배곧신도시선 불법 디스포저 구매 성행
수원·의왕 등 인근 지자체 RFID식 외면 市 “소량봉투 쓸 수 있게 조례 개정할 것”
시흥시가 다음 달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아파트까지 전면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종량제 봉투’를 활용한 ‘옛날’ 방식을 도입하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종량제 봉투의 최소 용량이 2ℓ다 보니 여름철 악취 등을 감수하고 수일간 음식물쓰레기를 모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구나 배곧신도시 등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봉투 값을 아끼려는 불법 ‘디스포저’(음식물분쇄기) 구매까지 이뤄지는 실정이다.
12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시흥시는 다음 달 1일부터 그간 공동배출로 이뤄진 아파트 음식물쓰레기 처리방식을 세대별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전환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한다. 시흥에서는 지난해 4만 1천t의 음식물쓰레기가 배출, 경기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두 번째로 많았다. 연간 처리 비용만 82억여 원이 소요되면서 관내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자 내놓은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종량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종량제 봉투의 최소 용량이 2ℓ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적인 4인 가정에서 최소 2~3일은 모아야 가득 찬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 음식물쓰레기를 집 안에 보관했다가는 악취와 각종 벌레가 꼬일 것이란 우려다. 더구나 1~2인의 소가구의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데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이미 수원, 의왕, 남양주 등에서 시행 중인 최첨단 ‘RFID 방식’(세대 카드를 이용해 전용 수거함에 바로 배출하고 무게에 따라 요금이 정해지는 방식)을 외면하고 불편한 봉투 배출을 도입한 데 대한 반발도 나온다. 주민 L씨(47·여·정왕동)는 “집에서 아무리 밥을 해먹어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하루 만에 2ℓ 봉투를 채울 수는 없다”면서 “비위생적인 음식물쓰레기를 그때그때 버리지 말고 보관하라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배곧신도시 등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음식물쓰레기를 분쇄해 전부 하수도로 배출하는 불법 ‘디스포저’까지 성행 중이다. 현행법상 사용할 수 있는 디스포저는 분쇄한 음식물 중 20%만 하수로 흘려보내고, 나머지 80%의 고형물은 회수돼야 한다. 배곧신도시 한 주민은 “과일껍질 같은 음식물은 싱크대에서 바로 갈아 흘려보낼 수 있어 처리하기 편하다”면서 “단지에서 공동구매를 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 관계자는 “RFID 방식을 도입할 시 40억 원가량이 드는데 기계 고장 등 아직 불안 요소가 많다고 판단했다”면서 “조례 개정을 통해 1ℓ 종량제 봉투도 도입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남·이관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