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 암이라고 모두 다 똑같은 암은 아닙니다. 갑상선 암에는 여러 종류가(4개) 있고, 종류에 따라서 암이 진행하는 속도가 다릅니다. 착한암이라고 불리는 것은 갑상선 중에서 유두암, 여포암 타입이 속합니다. 대부분의 갑상선암은 유두암이고, 두번째가 여포암 타입입니다. 유두암, 여포암 타입은 전체 갑상선암의 90%를 차지합니다. 주변에 누군가가 갑상선암을 진단 받았다고 하면 대부분 유두암 혹은 여포암 타입니다. 갑상선 암이 착한 암, 혹은 거북이암 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다른 암에 비해서 진행하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갑상선암 중 5%를 차지하는 수질암, 미분화암(역형성암)은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른 곳으로 전이가 잘 일어납니다. 이런 류의 갑상선암은 발병 확률이 낮아서 일반적인 갑상선암을 언급할 때는 간과될 수 있습니다. 미분화암(역형성암) 타입의 갑상선암은 다른 어떤 암 보다도 치명적입니다. 증상이 있을 때 진단하게 되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일 때가 많습니다.
착한암이라 불리는 유두암, 여포암 타입은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암’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암의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두암은 림프절 전이 후에 가끔 폐로 전이되는 경우가 있으며, 여포암은 혈액을 타고 폐나 뼈로 전이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갑상선이 위치해 있는 목은 머리로 가는 혈관, 목소리 내는 신경, 숨 쉬는 기도, 음식 내려가는 식도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필자는 과거에 갑상선 유두암이 혈관을 침범하여 머리에 암전이를 일으킨 경우까지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검진 때 발견된 0.5cm 이하의 갑상선암 중 유두암 타입은 암의 위치가 갑상선 안쪽에 국한되어 있다면 수술하지 않고 지켜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의 의미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아니고, 암의 진행 상태를 감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적극적 관찰’이라고 표현하는데, 주의 깊게 감시하다가 암의 변화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바로 수술을 고려하게 되며, 암이 악화될때까지 방치하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만일 변화가 없다면 다시 지켜보게 됩니다.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어떤 것이 악화 될지는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만일 갑상선암이 발견되었을 때 암의 진행을 예측할 수만 있다면 갑상선암 치료의 혁명이라 하겠습니다.
흔한 타입(유두암, 여포암)의 갑상선암은 치료만 잘 받으면 5년 생존률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통상적인 암들은 5년내에 재발이 없으면 완치라고 봅니다. 하지만 갑상선암은 수술 후 10년이 넘었는데도 재발하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암의 특성이 천천히 자라나는 진행이 느린 암이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다른 암처럼 5년 생존률 가지고 암의 완치를 평가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갑상선암은 수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합니다. 갑상선암 수술 후 관리는 초음파와 혈액 검사로 하며, 방사능 검사인 컴퓨터 단층촬영(CT) 없이 비교적 간단하게 관리가 가능합니다. 일반적으로 수술 직후 5년간은 1년에 한 두번씩, 그 이후로는 1년에 한 번씩 진료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갑상선암의 예방법은 딱히 없습니다. 암이 왜 생기는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방사능 노출 뿐이 없습니다. 원인을 모르니 예방법이 없습니다. 갑상선암 검사는 초음파가 가장 정확합니다. 암이 크기가 크지 않으면 특별한 증상도 없게 됩니다. 살면서 한 번 정도 갑상선 초음파를 받아보시는 것이 갑상선암 조기 발견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엄태익 수원 갑상선ㆍ유방 전문 하이유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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