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1만4천㎞에 뿌려지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땀과 희망
뛰어난 능력을 자산 삼아 한반도가 아닌 세계 시장으로 가자!
신(新) 실크로드 1만4천㎞의 대장정은 시안(西安)에서 시작됐다. 한(漢)에서 당(唐)에 이르는 1천년 동안 장안이라 불리던 곳이다. 조선조 문신 서거정(徐居正)은 ‘장안성 중 백만 집에 하룻밤 등 놀이의 밝기가 노을 같구나’라고 했다. 앞서 당서(唐書)는 고구려 도읍 평양을 장안이라고 칭했다. 우리에게 시안은 오랜 세월 그렇게 여겨졌다. 시안을 세계의 중심이라 여겼다. 우리가 결코 넘어설 수 없는 성소(聖所)라고 여겼다.
경기일보의 창간 29주년은 바로 그 시안에서 시작됐다. 총연장 1만2천971㎞ 중국횡단철도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철도가 시작된 렌윈항(連雲港)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바로 이곳에 한반도로 연결하는 유라시아 철도의 꿈이 있다. 이강국 주 시안 총영사와 이관규 코트라 시안무역관장도 그 꿈에 관해 얘기했다. 눈부시게 발전한 시안의 물류 기능이 우리와 연결될 날을 얘기했다. 무한한 가능성이 꿈틀대는 곳이다.
우루무치, 투루판, 둔황, 가욕관을 거쳐 카자흐스탄에 들었다. 한민족에겐 더없이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소련이 1937년 8월21일 극동 지역의 고려인들을 열차에 태웠다. 그리고 며칠을 달려 중앙아시아 벌판에 내려놓았다. 그날 카자흐스탄에 도착한 고려인이 2만170가구 9만5천256명이었다. 강제 이주의 이유는 간단했다. 고려인의 외모가 일본인과 비슷해 간첩 색출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나라 잃은 설움의 역사다.
한반도의 13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다. 석탄자원이 풍부해 많은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카스피해 연안에는 많은 유전이 있고, 동쪽에는 생산량 세계 1위의 우라늄 등 광물자원이 있다. 알마티는 이미 세계적 도시로 성장해 있다. 수도 아스타나는 신재생 에너지의 보고(寶庫)다. 우리가 투자하고 개척해갈 영역이 무한하다. 고려인 강제 이주 80년. 경기일보는 그 설움의 땅에 이주의 아픔 대신 미래의 꿈을 내려놓았다.
세계로 가야 한다. 최근 한 광역 지자체가 눈길 끄는 행사를 했다. 해외 취업에 도전할 청년을 선발했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가 대상국이다.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나라다. 패션, 디자인, IT, 마케팅에 몰린 지원자가 특히 많았다. 시는 해외 취업처 확보, 구직자 선발 및 교육, 취업 알선, 사후 관리 등을 맡는다고 했다. 항공비, 교육비, 취업 알선비, 비자 발급비 등 330만 원도 지급한다고 했다. 세계로 눈을 돌린 취업 대책이다.
경기일보가 1만4천㎞의 유라시아 대장정을 결행했던 이유도 여기 있다. 대한의 청년들에게 세계로 뛰쳐나가자고 고(告)하려 함이다. 한반도의 한 귀퉁이로 쳐놨던 벽을 과감히 깨자고 권(勸)하려 함이다. 평택을 출발할 때 보았던 다이궁(代工ㆍ보따리상)에서, 러시아 석유 가스 회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카자흐스탄의 재생에너지 현장을 누비는 청년까지. 실크로드 곳곳에서 꿈을 키워가는 대한 청년들의 땀을 보았다.
15~29세 청년 실업률 10.5%다. 25~29세 청년 실업률 10.1%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1호가 일자리 창출이다. 그 맨 앞에 청년 일자리 창출이 있다. 청년 구직 촉진 수당을 주기로 했다. 청년 고용 의무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청년 3명을 고용하면 1명치 임금을 나라가 준다고도 한다.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은 문재인 정부가 철석같이 약속해 놓은 핵심 공약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청년 일자리 파라다이스다.
이게 안 될 것 같으니 걱정이다. 100만명이 넘는 청년 실업자에게 줄 돈이 없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죽겠다고 난리인 중소기업에 3명의 청년 고용을 강제하는 것도 무리다. 81만 개의 공공 부문 일자리는 국민에게 현재의 임금 부담이고 미래의 연금 부담이다. 고용의 규모는 경제 규모와 비례한다. 이 기본적 수치 앞에 청년들의 근심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갖은 묘안을 짜내는 정부의 노력이 차라리 안쓰럽기까지 하다.
세계 일자리 시장은 이제 유일하게 남은 기회의 땅이다. 한국 청년들의 우수한 능력을 과감히 투척해야 한다. 70년대 중동 일자리는 적도(赤道)에서 벌여야 했던 노동력 전쟁이었다. 2천년대 세계 일자리는 기술력과 지능으로 무장한 두뇌 전쟁이다. 중국 시안에,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그리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그런 일자리와 꿈이 있다. 그 시장(市場)에 뛰어드는 대한 청년의 패기와 도전의 역사를 만들어가야 할 때다.
창간 29주년을 맞는 우리의 시론도 현장에서 전해진 다음의 말로 대신하려고 한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잘 활용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청년들이 세상을 넓게 보고 비전과 꿈을 갖길 바란다”(주 카자흐스탄 대사 김대식)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세계의 어느 인재들과 비교해도 빠지는 것이 없다. 세상을 넓게 보는 안목을 키워 취업은 물론 창업에도 관심을 갖길 바란다”(西安 총영사 이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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