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손잡은 獨, 세계 무역질서가 꿈틀거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서다. 양국은 이 회담에서 각종 협력 방안에 서명하는 등 우호를 강화했다.
특히 독일은 주요 20개국 정상회의인 G20을 앞두고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사업에 동참하겠다며 적극적인 새로운 시장 개척을 선언했다.
■ 독일과 중국, 일대일로 함께 한다
세계 최대 수출국인 아시아의 중국과 유럽의 독일이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5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중독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새로운 경제 체제 마련에 공통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독일과 중국의 관계가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하려 한다”면서 “지금은 양국 관계를 확대할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독일도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는 경제, 사회 이슈, 민간 교류와 관련해 많은 성취를 이뤘으며,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독일과 중국)양측에서 동일한 시장 접근과 같은 처우를 받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이어지는 전 단계로 양국 투자협정 체결을 요청했다.
도이체벨레, 신화통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독일과 중국 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을 비판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면서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독일과 중국이 계속 가까워지고 있다”며 “중국과 독일의 친밀감은 G20 회의에서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시 주석은 메르켈 총리를 만나기 전 이례적으로 독일 신문에 기고하며 양국의 협력 체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다양한 통계를 근거로 지난해 중국이 독일의 가장 중요한 통상 파트너(교역국)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이 주도하는 ‘일대일로’ 국제경제협력 체제에 독일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기대하며, 이를 통해 주변 국가들의 안보와 안정, 번영에 함께 기여하자고 당부했다.
또 자유무역 체제를 지키고 확산시키는 데 중국과 독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G20’이 개방적인 세계경제로 가는 목표를 지속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기를 두 나라가 함께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 중국 ‘실크로드’ 품은 독일 함부르크 국제 해양 박물관
지난달 26일 오전 독일 함부르크 국제 해양 박물관(IMMH).
이 박물관은 4만여 점에 달하는 소장품과 100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고대와 중세 함부르크를 오갔던 선박 모형을 비롯해 바다 선원들과 어부들의 생활에 관한 자료, 세계 해군에 관한 자료, 해양 연구와 어업에 관한 자료, 수상 스포츠에 관한 자료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 중이다.
1층에는 어린이들이 배에 올라타 보고 전시물을 만질 수 있는 체험 시설을 갖췄다. 이처럼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국제 해양 박물관에서 중국의 ‘일대일로’를 마주하게 됐다. 박물관 2층 전층에서 ‘동양과 서양이 만나다: 13~17세기 해양 실크로드’를 주제로 내건 중국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Hamburg’라는 지명 때문에 햄버거가 먼저 떠오르는 이곳에서 중국의 실크로드 문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양국의 전략적인 우호 관계를 방증하는 대목이었다.
이 전시회는 IMMH와 광둥 박물관이 공동 기획했으며, G20 정상회담 기간에 대중에 공개했다.
‘2017 유럽에서 중국-광둥 문화관광 체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시회는 13~17세기, 남송 시대부터 청나라 초기까지에 해당하는 전시물을 선별했다고 한다.
무역, 종교, 문화 교류, 역사 유적, 수중 고고학과 같은 소주제를 기반으로 하는 이 전시회는 해양 실크로드의 발전과 번영에 대한 중국의 기여와 세계화의 진행을 보여준다. 도자기, 금은보석, 향료, 수출 회화, 비단, 석제 조각, 고대 책, 금속 제품, 대나무 제품, 선박 모형 등 약 100점에 달하는 전시물을 중국 광둥으로부터 공수했다.
전시회는 여러모로 그 의미가 상당했다.
G20 정상회담 기간에 전시회를 진행, ‘일대일로’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메르켈 총리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일대일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밝히면서 가치를 더했다.
유라시아열차탐사단은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중국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
지난달 5~6일, 독일의 베를린과 함부르크에서 ‘2017 유럽에서 중국-광둥 문화관광 체험’ 활동이 펼쳐지면서 독일의 주류 매체와 시민의 관심이 쏠렸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중국이 일대일로에 포함된 유럽의 주요 국가에서 자국의 문화를 대중에 소개하는, 이른바 문화적 거리 좁히기의 일환이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시작된 중국의 문화전시회 투어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 조각가 쒸훙페이(Xu Hongfei)의 ‘풍만한 여성’ 연작 16점을 도시 곳곳에 11일 동안 전시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지역 주민은 이 조각품을 감상했다. 그 중 ‘음악의 도시’, ‘무너진 도시의 사랑’, ‘인어’라는 제목이 붙은 세 개의 조각 작품은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했다.
방문객은 자유롭게 자기표현을 하는 것으로 보이는 풍만하고 우아한 동양 여성을 즐겁게 감상했으며, 조각품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전시를 통해 중국 광둥 시민의 활동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삶의 방식을 함부르크 시민에게 소개했다.
중국은 앞서 5일 또 다른 기획전 ‘중국 혁신’의 개막식과 책 ‘The Chinese Dream Guangdong Story’의 제1권 발간식을 독일 베를린 시각예술센터에서 진행하기도 했다.
고대 실크로드에서 화물 운송과 교역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상과 문화가 전파됐다. 21세기의 중국은 일대일로 국가 정책을 펼치면서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거리를 좁히려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성공하는 모양새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모리츠 루돌프는 “처음에 유럽은 일대일로가 무엇인가에 대해 토론했다”면서 “일대일로는 탄력적인 개념이라 유럽 정책결정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유럽 뉴실크로드물류사의 세트 쿠이컨은 “유럽이 중국 일대일로에 대해 관심갖고 태도를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서양으로 향하는 열차를 운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유럽 화물열차의 거대한 잠재력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도이치포스트 산하 DHL 복합운송 운영본부장인 토마스 노비츠기는 “중국과 유럽 간 철도 운송노선은 DHL의 발전 공간을 확대시켰다”며 “아태지역은 DHL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유럽 간 철도 화물 운송량이 안정적으로 증가했다고 전했다. 2030년까지 중국-유럽 간 철도 화물 운송량은 100만 TEV가 넘을 전망이다.
정민훈기자
사진=신춘호 유라시아 열차 탐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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