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데올로기보다 도민과 국민이 먼저다

역대 민선 경기지사를 두 글자로 평한다면 임창열 지사는 ‘행정’이다. 도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면 법도 바꾸는 코뿔소 같은 추진력은 경기 공직자뿐만 아니라 중앙 부처 공무원들도 인정하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손학규 지사는 ‘중도’로 정치력과 행정을 절충하는 화합 스타일이다. 김문수 지사는 ‘꼼꼼’이다. 작은 사업 하나라도 직원들의 보고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보고 납득할 때까지 따지고 또 따져본다. ‘7급 주사보’ 별칭도 이 때문이다. 1기 이인제 지사는 임기 도중 사퇴해 제외한다.

그렇다면 민선 6기 남경필 지사는 어떨까. 어느덧 3년의 도정을 이끌어 온 남 지사는 ‘연정(聯政)’이다. 남 지사의 연정은 독일 슈뢰더 전 총리의 개혁과 대타협이 모티브다. 남 지사가 정치적 동지애를 갖고 있는 슈뢰더 전 총리는 2003년 노동시장ㆍ산업ㆍ조세정책 등 광범위한 분야의 ‘아젠다 2010’이라는 국가개혁을 추진한다. 사회민주당 출신의 중도좌파 수상인 그가 노동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는 정권임에도 복지 지출 감소, 기업 소득세 완화 절세 등 성장 중심의 우파 노선을 택했다.

좌파 수상이 복지ㆍ분배보다 경제 성장을 우선했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지만 결단을 내린 것이다. 당연히 인기는 곤두박질치고 지지기반마저 등을 돌리면서 총선에 패배해 수상직에서 물러났다. 그럼에도 지지기반의 반발을 감수하고 정책을 추진한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신의 조국 독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는 나라와 미래를 위해 선거 패배의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 이유다.

더 놀라운 점은 슈뢰더 전 총리의 정권을 이어받은 중도우파 기독민주당의 메르켈 수상이 정책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것이다. 당이 추구하는 바는 달라도 국민을 위한 정책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유럽의 병자(病者)’라는 비아냥 소리를 듣던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우리나라 정치현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정권의 업적을 지우고 매도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씁쓸한 현실이다.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이 협치(協治)를 외치고 있지만 여야는 “골목대장”, “조폭정권” 등 서로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여전히 쏟아내며 설전(舌戰)을 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기분 좋게 합의, 해결되는 것이 없다. 매사 네 탓만 하며 발목 잡기에 급급해 ‘골든타임’을 놓친다.

그 힘든 일을 남경필 지사가 하고 있다. 연정을 하면서 집행부와 의회, 의회 정당 간 새로운 시스템으로 혼란을 겪고 파행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최근에는 ‘일하는 청년시리즈’ 3개 사업을 놓고 집행부와 의회가 팽팽한 기싸움을 하며 본회의가 몇 차례 연기됐지만 양측이 합의문에 전격 서명했다. 의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대승적 차원에서 남 지사의 역점사업을 모두 수용한 것이다.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는 일자리 미스매치 해소에 공감하고 손을 맞잡는 통 큰 대타협은 우리 정치에 큰 교훈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차기 경기지사를 운운하며 연정에 대해 섣부른 여러 예측이 떠돈다. 박승원 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정치를 위한 연정인지, 도민을 위한 연정인지’. 그가 청년 일자리 정책에 합의한 뒤에 올린 글이라 쉬 넘길 수 없다. 알듯 모를 듯한 이 문구 행간에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政治)는 정도(正道)다. 보수ㆍ진보의 이데올로기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도민, 나아가 국민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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