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신뢰의 기술”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상화폐 열풍은 당연한 현상, 무작정 규제보다 발전안 찾아야”

박수용 교수는 블록체인을 한 마디로 “인류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뢰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과거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나날이 나아질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다. 사진/서강대학교 박수용 교수 연구실
박수용 교수는 블록체인을 한 마디로 “인류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신뢰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과거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블록체인 역시 나날이 나아질 것으로 박 교수는 내다봤다. 사진/서강대학교 박수용 교수 연구실

[서울=경기일보/민현배 기자] 가상화폐와 함께 블록체인 열풍이 심상치 않다. 민간기업은 물론 세계의 여러 정부들도 호감을 드러내면서 블록체인 바람은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은 가상화폐에 대해서는 입장이 제각각이지만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 가상화폐가 투자·화폐에 방점이 찍혔다면 블록체인은 그 기술이 바꿔놓을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강대학교가 블록체인 기술의 산실이 되기 준비하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서강대는 지난달 2018년 1학기 블록체인 대학원 신입생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고 학생 모집에 들어간 바 있다. 앞선 6월에는 정부가 2017년도 대학ICT연구센터로 7개 대학을 선정했는데 서강대는 소프트웨어, 블록체인 전문분야 학교로 선정됐다. 서강대를 블록체인 분야의 선두로 이끄는 사람은 박수용 컴퓨터공학과 교수다. 그는 블록체인 연구센터장이면서 학생들에게 블록체인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박 교수는 얼마 후 미국 출장을 떠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강대나 학생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차원에서다. 박 교수를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나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블록체인 대학원의 학생 모집은 어땠는가?

대학원 모집 치고는 많이들 원서를 넣었다.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아직 원서를 다 보지는 않았지만 현직 개발자 등 직장인들이 많은 걸로 안다.

비전공자들이 알기 쉽도록 블록체인이 뭔지 설명해 달라.
 
한마디로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한 신뢰를 만드는 기술이다. 그동안 인간 사회에서는 국가, 정부, 기관 등 사람들이 공동으로 믿을 만한 어떤 기구가 필요했다. 서로 믿지를 못하니 말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런 신뢰 기관을 대신하는 기술을 말한다. 개념은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시했고 구현은 기존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쓰면 된다. 활용분야가 굉장히 넓다. 

실제 사례를 들어달라.  

외국에서 이미 음원을 가수와 사용자 간 직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중간에 대형 유통사가 없다보니 가수는 저작권료를 더 받을 수 있고, 팬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는 가상화폐 블록체인이 있어 가능해진다. 사람과 사람의 거래도 있지만 기계 간의 거래도 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 냉장고가 있고 외국처럼 여러 개의 전력 공급회사가 있다고 치자. 이 냉장고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가 어느 시점에, 어느 회사의 전기 값이 저렴한가를 찾아낸다. 적당한 것을 찾으면 바로 해당 전기를 가상화폐로 사버리면 된다. 

최근 가상화폐 열풍을 어떻게 보는가?

당연한 현상이다. 돈, 화폐는 인간 사회에서 가장 민감해서 블록체인 활용 분야에서 가장 먼저 이슈가 된 것이다.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말 못하겠지만 관심은 계속 확산되지 않을까 한다. 정부가 인정하는 가상화폐가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금 같은 투기 현상은 일시적일 수도 있다. 언젠가는 수그러들 것이다. 그동안 금융 피해는 당연히 제재를 해야한다.

하지만 과열 양상을 보인다고 해서 무조건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있었던 ‘2017 블록체인 산업혁신 컨퍼런스’에서 초빙 해외 강사 중 한 명이 한국의 ICO 제재 입장을 두고 ‘Big Mistake(큰 실수)’하자 장내에서 큰 박수가 퍼졌다. 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제재만 있지 않다. 다른 측면도 많은데 전면 금지라는 수는 가상화폐, 블록체인이 확산되기 전에 싹을 잘라 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떤 경제학자는 가상화폐가 시들어질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그 의견은 기술의 발전을 간과한 것이다. 가상화폐 블록체인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과격하게 말하면 언젠가는 가상화폐를 중심으로 한 단일통화가 생길지도 모른다. 블록체인은 과거와는 다른 기술이다. 도전적이고 혁명적인 기술이다. 

블록체인의 장점이 많이 부각되는데 단점도 있지 않은가?

현재의 단점이라면 아직 일반화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생활에서 당장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거의 없다. 비트코인만 해도 주변에 결제할 수 있는 상점이 없지 않은가. 기술 자체에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20여년 전 인터넷으로 사진 한 장을 다운로드 받는데 몇 분씩 걸렸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인터넷이 됐다. 블록체인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기술은 점점 단점을 보강해 앞으로 나갈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블록체인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일에 힘을 쏟을 것이다. 실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꾸준히 교육시켜낼 계획이다. 우선 내가 가르치는 석사급 대학원생들부터 블록체인 전문가가 되도록 지도하고 있다. 나중에는 우리 학생들이 실리콘밸리에 가서 창업을 했으면 좋겠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