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내달 ‘베토벤 9번’ 공연 끝으로 경기필 떠나는 성시연 단장

“세계적 오케스트라 성장… 도민들 자부심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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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민들이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로 지역 정체성과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성시연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 단장은 뉴욕 필하모닉에 이어 미국 내 두 번째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137년 역사상 최초 여성 부지휘자에 위촉돼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또 세계무대에서 지휘 활동하다 2014년 경기필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국내에서도 ‘국공립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단장 겸 상임지휘자’라는 타이틀로 화제를 모았다. 가는 곳마다 큰 공연 성과, 화제를 몰고 다닌 성 단장은 다음달 19일 경기필의 공연을 끝으로 경기필을 떠난다.

 

성 단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춘을 경기필에 다 바치고 가는 기분”이라며 “30대 후반,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에너지도 가장 많은 시기에 경기필을 만나 청춘을 다 쏟아붓고 간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할 수 있는 걸 다 하고 가는 것 같아 후련하다”고 덧붙였다. 

성 단장은 2014년 경기필 단장을 맡아 1회 연임하며 4년간 이끌었다. 그는 4년 전과 지금, 경기필이 크게 변한 것이 있다면 단연 ‘응집력’이라고 말했다. 성 단장은 “원래 임기가 2년이다. 그러나 2년 동안 단원 단합을 딱 맞춰놨는데 그때 끝내는 건 너무 아쉬웠다”며 “그래서 1회 연임했고 지금 경기필의 단합력은 단연 최고”라고 표현했다.

 

성 단장은 경기필의 단장으로 부임하기 전의 각오는 ‘경기필을 음악계에 확실히 각인시키자’였다. 실제로 그가 2014년에 부임하자 일본 오케스트라 위크에 경기필이 한국 대표 오케스트라로 초청됐으며 다음해에는 한국 오케스트라 최초로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홀에서 공연을 펼쳤다. 

또 지난 9월에는 ‘무지크페스트 베를린’의 초청으로 경기필이 콘체르트하우스에서 윤이상 작곡가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무지크페스트에 초청 받은 첫 사례로 꼽힌다. 성 단장은 “경기필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아주 멋진 오케스트라라는 평을 받고 있어 정말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한 지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서 경기필은 경기도에서도 확실한 존재감을 내보였다. 성 단장은 “국내, 세계무대에서 경기필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지만 경기도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인 경기필이 경기도민에게 존재감을 주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며 “경기도민들이 경기필로 하여금 지역 정체성을 고취시키고 자부심을 더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경기필은 경기도를 대표하고 있다. 경기필이 그 지역을 표현하기엔 손색이 없는 오케스트라이기에 도민들이 지역 자부심을 가지고 경기필을 더 많이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끝으로 “도민들의 관심으로 앞으로 국내, 세계무대에서 무궁무진하게 뻗어나갈 경기필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성 단장은 이번 12월에 임기가 끝나면 초청 공연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그는 이번 달에 러시아, 타이완 등에서 객원지휘 공연을 한 뒤 내년 1월부터는 프랑스, 스웨덴, 독일 등 유럽으로 복귀해 지휘자로서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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