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쉼표찾기] 실용만점 ‘재봉틀’
재봉을 취미로 삼았던 할머니는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냈다. 재봉틀 바늘에 실만 꿰면 주머니, 손수건, 앞치마 등이 금새 탄생했다. 길었던 바지도, 짧아져 못입는 원피스도 할머니의 손에 가면 어느새 새 옷이 돼 나타났다.
최근 재봉틀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기계도 간소화되고, 소형화된데다 자투리 천과 실만 있으면 언제든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재봉틀은 바느질 하는 기계를 말한다. 흔히들 미싱이라고 말하지만, 재봉틀이 우리말에 더 가깝다. 두개의 바늘에 실을 꿰어 천, 가죽, 종이, 비닐 등을 엮는 재봉틀은 우리나라에 1877년 처음 도입됐고, 1960년대 중반부터 대중화됐다.
특히 손바느질보다 5배 이상 빠른 재봉틀은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꼽히며, 경제성장에 일조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1980년대 이후에는 기계식 재봉틀이 확산되면서 점차 사람의 손을 떠났고, 사양산업으로 분류됐다. 이제는 사람이 직접 재봉틀을 돌리는 공장은 찾아볼 수 없지만, 아직도 시장의 이불가게나 핸드메이드 소품을 파는 공방에 가면 볼 수 있다.
수원에 위치한 ‘스티치랩 소잉 스튜디오’도 그 중 하나다. ‘바느질과 디자인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2년전 문을 연 공방은 기초적인 재봉 기술은 물론, 디자인을 함께 수업해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김태린 공동대표는 “개인적으로 재봉을 배우고 싶어 하는 분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라며 “30대 초ㆍ중반의 젊은 여성들과 아기 엄마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재봉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맞지 않는 옷을 수선하는 것은 기본이고, 직접 디자인한 옷 만들기, 필요한 소품 제작하기, 공간을 더욱 멋스럽게 바꿔줄 인테리어까지 모두 가능하다. 요즘에는 작아진 아이 옷을 수선하거나, 아이와 커플 옷을 제작하기도 한다.
김 대표는 “시중에서 파는 옷들은 사이즈나 디자인이 정형화돼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지 길이를 자르거나, 허리를 늘리기 위해 세탁소를 찾고 있다”며 “재봉틀은 이 모든 것을 손쉽게 집에서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이어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 옷도 그냥 버릴 수 없어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런 점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애기 엄마들의 자존감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조아라 공동대표는 “엄마들이 아이를 낳고 변해버린 모습에 자존감을 많이 잃는데, 이 곳에 오고 나서는 스스로 생상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는데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라면서 “나는 물론이고 아이와 가족을 위해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자존감 회복에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봉틀도 다양화됐고, 빠르기도 조절돼 초보자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조 대표는 “예전 재봉틀은 너무 빨라 손을 다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제는 빠르기 조절이 가능해 초보자도 쉽게 배울 수 있다”라며 “이번 연말, 재봉틀을 이용해 연인, 가족, 친구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만들어 주는 것도 좋겠다”고 추천했다.
송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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