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정 의장은 ‘누구나 행복을 누리고 존중받는, 경기행복시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늘 도민을 위한 민생정치를 강조해왔다. 그런 그가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의장 임기를 모두 채운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이다. 의장으로서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는 것이 나 자신, 그리고 도민과의 약 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2018년 무술년을 맞이하는 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정 의장을 만나 지난 의정 활동에 대한 소회와 도의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들어봤다.
- 제9대 의장으로서 소회는.
지난 한 해 동안 경기도는 대내외적으로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촛불집회로 대통령이 탄핵당한 데 이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아울러 최근에는 진정한 지방분권을 위한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등 커다란 변화들의 시작점이 된 한 해였다.
경기도의회 의장으로서 이러한 혼란의 시기에 의회 본연의 역할을 다 하고자 항상 노력했다. 기본과 원칙을 지켜 의회의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힘썼다.
특히 경기도의회는 전국 최대 광역의회로서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개헌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해 지난해 1월 국회를 직접 방문, 국회의장에게 헌법 개정을 요구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8월29일에는 지방분권ㆍ자치권 확보를 위한 3대 핵심과제와 24개 실천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토론회 및 학술대회 개최, 지방분권 개헌 홍보 실시 등으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앞장섰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열린 제5회 지방자치의 날 기념식에서 지방분권 개헌 의지를 공식화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 제2기 경기 연정에 대한 평가는.
정치는 지금 세대가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며 정치인이라면 지금 어렵더라도 더 노력하면 희망이 있다는 비전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연정은 경기도민의 행복과 경기도의 발전을 위한 정치형태를 고민 끝에 찾아낸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시작된 경기 연정은 국내 정치사상 첫 시도였던 만큼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1기 연정의 경우 많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 도의회 간 갈등상황에서 조정역할이 부재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따라 2기 연정에서는 도의회 의장이 연정 주체로 참여하는 대신 연정중재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중재 역할에 보다 힘을 실었고 상당 부분 효과를 얻었다. 특히 의원들이 연정위원장으로 임명돼 경기도의 실무에 함께 동참하는 등 많은 경험을 쌓고 도의회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은.
지방분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그 지방의 모든 행정사무를 독자적인 입장에서 권한을 행사하며 자주적으로 행정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 자체 예산으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데 현재 중앙과 지방의 세출비율이 4대6인데 비해 국세와 지방세의 세입 비율은 8대2로 불균형 상태다.
이렇게 재정이 취약한데도 중앙정부는 ‘매칭예산’이라는 이름하에 각종 정책의 재정 부담을 지방에 떠넘기고 있다. 그 결과 경기도의 재정자립도는 지난 2005년 70.3%에서 2015년 53.6%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점차 국비 의존적으로 바뀌고 있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재정권이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돼야 한다. 즉 국가와 지방의 현재 세수구조인 8대 2에서 6대 4로의 개선이 필요하며 지방소비세도 단계적 인상이 필요하다. 또 국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지방세의 비과세ㆍ감면 축소와 지속적인 국세의 지방세 전환도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께서 “지방분권은 중앙정부의 과도한 권력 집중을 줄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는 것이자 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라고 믿으며 지방분권을 반드시 개헌 과제 속에 포함시키겠다”고 강조한 만큼 과감한 세원 이양을 통한 세입자치로 실질적인 지방분권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의회에서도 실질적인 지방자치와 지방 분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토론회 등을 잇달아 개최하고 있는 만큼 2018년 무술년이 지방자치 개헌의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2018년 지방선거에 불출마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의장임기를 제대로 마치기 위해서다. 도의원 3선에 의장까지 했는데 또 다른 욕심을 부리는 것보다는 임기를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가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
우선 다시 현대자동차 영업사원으로 돌아갈 생각이다. 이것은 10년 전 처음 도의원으로 당선됐을 때부터 마음속에 그려왔던 것이다. 지방선거 출마목표가 있으면 의정 활동보다는 중앙당의 눈치를 보며 선거준비에 급급하게 된다.
물론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두렵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만큼 향후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시 최선을 다해 도전하겠다. 다만 현재로서는 의장직을 다 수행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추후 또 다른 길이 열린다면 일반적인 정치인이기보다는 주민과 함께하는 철학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들 곁에서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도민들을 위해 일해 왔고 제9대 도의회 의장으로서 5년 만에 법정기한 내 예산을 편성하는 등 여러 성과를 거뒀다. 또 집행부와의 2기 연정을 통해 소통과 화합을 중시하는 사람 중심, 민생 중심의 의회로 자리매김 했다.
남은 임기 동안 의원보좌관제 실현,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의정 활동을 위한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지원, 역량 있는 젊은 인재들의 정치 참여를 돕기 위한 후원회 제도의 추진 등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 향후 경기도의 지향점은.
경기도만의 특색있고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해 ‘경기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체계적인 구상이 준비되고 또 추진돼야 한다. 각각의 중소기업들을 하나로 모아 글로벌화 할 수 있는 방안, 경기도 농업발전을 위한 방안 등은 물론 새로운 경기 천년을 맞아 경기도의 문화, 정체성 등을 어떻게 알릴 수 있는지에 대한 구상 등을 두루 고민해야 한다. 경기도만의 특색있는 ‘브랜드’, 이것을 위해 도는 물론 10대 도의회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사다난했던 올해가 가고 무술년 새해가 왔다. 2018년 황금개띠해의 상서로운 기운이 1천300만 경기도민과 각 가정에 가득히 퍼지길 소망한다.
2018년은 새로운 의회가 개원하는 뜻깊은 해이기도 하다. 9대 의회의 성과에 머물지 않고 마부정제(馬不停蹄)의 자세로 10대 의회가 열릴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린다.
박준상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