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지방분권 개헌은 국민의 염원

김창학 정치부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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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년(戊戌年) 정가의 화두는 개헌이다. 오는 6월13일 치러지는 지방선거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우리 손으로 뽑은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참담함이 더 큰 이유다. 더 이상 대통령제하의 무소불위 권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 뜻이다. 지방 시각에서의 개헌은 지방분권 개헌이다. 대통령 임기를 결정하는 권력구조 개편인 개헌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주체가 되는 지방분권, 자치분권, 재정분권이 전제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장 63명이 지난 2일 “지방분권 개헌하라”며 대국민 공동 신년사를 발표했다. 자치단체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동 신년사를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수원시 등 전국 지자체마다 자치분권협의회를 발족, 서명운동에 나서는 등 자치분권 공감대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바람은 권력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 상생하는 것이다. 비단 단체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의 뜻도 같다. 언론의 신년 여론조사에도 ‘개헌 시기’ 의견이 팽배했지만 ‘개헌’ 그 자체에서는 찬성 응답이 우세했다. 또 응답자 다수가 바람직한 정부형태로 5년 단임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보다 4년 중임제를 선호했다.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찬성하는 응답도 있었지만 결국 개헌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어떤가. 지난해 말 여야는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 활동시한을 오는 6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이에 따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청와대 신년인사회에서 만나 한국당이 개헌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합의했다.

개헌에는 뜻을 같이 하지만 개헌안 마련 시기가 여전히 쟁점이다.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 대치로 현실화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양당 간의 틈새를 좁히지 못할 경우 2월 중 국회 개헌안 마련도 물 건너가게 된다. 결국, 절차상 이번 선거에서 개헌이 어렵게 된다.

 

여기에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수다. 지방분권 국가로 운영한 적이 없는 우리나라가 성공할 수 있느냐며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되묻는다. 또 지방분권이 되면 관(官) 주도 정책 결정 및 그에 따른 공직자 비리, 지방의원들의 이권 행사 등을 시기상조의 이유로 꼽는다. 결국, 지방분권이 토착 세력을 위한 세상만 만들 뿐이라는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은 이미 세계 선진국도 놀란 수준이다. 지난 촛불집회 때 국민의 역량을 세계에 충분히 보여줬다. 정치권은 지역논리, 당리당략에 매몰되지 말고 지방분권을 전제로 한 개헌에 속도를 내야 한다.

 

지방자치 20여 년을 지나면서 이미 지방행정의 수준은 중앙정부의 울타리를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언제까지 지방정부의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하는가. 여야가 지방분권 수준과 추진방법 등 쟁점이 되는 사안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지방분권 개헌 자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물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개헌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고 정부의 개헌 의지가 결합한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최적기, 골든타임이다.

 

김창학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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