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카타르 월드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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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4일부터 7월 16일까지 한 달간 지구촌을 축구공 하나로 웃고, 울게 했던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이 ‘아트사커’ 프랑스의 우승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러시아 월드컵은 천문학적인 경제효과를 낳으면서 연인원 600억여 명이 TV를 통해 지켜볼 정도로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2개 본선 진출 국가는 물론, 200여 지구촌 국가의 모든 사람들이 월드컵을 지켜보면서 감동을 느끼고 환호했다. 그리고 그 축제의 마지막 무대 주인공은 20년 만의 우승을 노린 프랑스와 사상 첫 결승에 오른 ‘발칸의 전사’ 크로아티아였다.

 

러시아 월드컵은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의 초강세 속에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몰락, 북중미ㆍ남미의 쇠락으로 요약된다. 힘의 축구와 실리를 추구하는 유럽세가 화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하는 남미 축구를 압도하고 4강 잔치를 벌였다. 아시아와 아프리카ㆍ북중미는 일본, 멕시코 만이 16강에 올랐을 뿐이다. 더불어 우승후보 0순위로 꼽히던 독일이 우리나라에 덜미를 잡혀 조별리그서 탈락하고 브라질, 아르헨티나, 스페인 등이 4강에도 오르지 못하는 등 이변도 속출했다.

 

러시아 월드컵의 두드러진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경기의 승패가 볼 점유율과 크게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공을 잘 지배하는 팀이 승리한다’는 속설처럼 볼 점유율이 높은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 대회서는 20년 만에 우승한 프랑스가 결승에서 그랬고, F조 조별리그서 ‘거함’ 독일을 격침시킨 우리나라도 그랬듯이 역습 상황에서의 속도 축구와 골 결정력이 승패를 가르는 ‘실리축구’가 대세로 자리했다. 

굳이 ‘공은 둥글다’는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상대와 상황에 따른 전술 변화와 치밀한 전략ㆍ전술만 갖춘다면 어느 팀이든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강팀을 쓰러뜨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축구에 있어 인구수는 중요하지가 않았다. 인구 33만 명의 아이슬란드가 사상 첫 본선에 올라 선전을 펼쳤고, 410만 명의 크로아티아가 준우승, 1천150만 명의 벨기에가 4강에 진출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 아시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9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16강에 오르진 못했으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강 독일을 거꾸러뜨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태극전사들은 사랑과 비판을 동시에 받았고, 귀국길 공항에서는 계란세례를 받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는 야구 다음으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우리라고해서 크로아타이나 벨기에 같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라는 법은 없다. 그러기 위해선 유소년기부터 체계적인 기술 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유망주 육성 및 상비군 인재풀 확대, 서구 선수들과 겨룰 수 있는 체력 육성, 지도자들의 연구 노력, 장기적인 발전방안 마련 등에 축구협회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 축구팬들 역시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한국 축구의 성장 자양분이 될 국내 리그에 대한 성원이 있어야 한다.

 

러시아 월드컵은 끝났지만 세계 각국 축구선수들과 팬들의 관심은 벌써 4년 뒤 카타르 월드컵으로 향해있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을 교훈삼아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한국축구도 충분히 2002년 4강 신화를 재현할 수 있다.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철저한 검증을 통해 지도자를 선발해야 하며, 대회에 임박해 선수를 테스트하고 체력 강화훈련을 하고, 전술 실험을 하는 잘못된 관행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 잘 계획하고 준비한다면 4년 뒤 한국 축구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온 국민이 행복해하지 않을까.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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