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행정의 ‘맏형’ 이재율 행정1부지사가 오는 30일 명예퇴직한다. 이 부지사에게 ‘그동안 수고 많았습니다’하는 박수를 보내면서도 왠지 아쉬움이 크다. 많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그렇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로 이백호 부지사(1963년 12월9일~1964년 10월6일)가 첫 부임한 이래 반백년 넘는 동안 32명의 행정부지사와 행정1부지사가 경기도청을 거쳐 갔다.
33번째인 이재율 부지사는 그 어느 부지사보다 인화를 바탕으로 조직 장악력과 업무 추진력이 탁월했다는 평을 받았다. 뒷담화(?)가 무성한 공직사회에서 이 부지사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작은 흉도 나돌지 않을 정도로 선후배 공무원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은 경기도 행정의 산 증인이다.
오는 30일 이 부지사가 퇴임하고, 바로 그날 취임하게 될 김희겸 행정1부지사 내정자(현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이 부지사의 인품과 역량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후임으로써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물론 김 부지사 내정자 또한 나름의 장점이 많은 공무원이어서 기대감도 크다.
경기도 본청에는 행정1부지사가, 경기북부를 관할하는 2청에는 행정2부지사가 있다. 또 한 명인 정무부지사는 선출직 도지사가 임명하는데 도지사를 보좌해 정책과 기획 수립에 참여하고 정무적 업무를 수행한다.
이재명호(號)의 첫 평화(정무)부지사로는 이화영 전 국회의원이 지난 10일 취임했다. 이 부지사는 17대 국회의원 시절 ‘한반도 평화경제공동체 구상과 전략’이라는 저서를 발간, 동북아평화공동체 구축 등 한국 외교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했다. 동북아평화경제협회 이사장을 역임하는 등 남북현안 전문가로도 통한다. 경기도를 남북교류 협력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진 이재명 지사와 호흡을 맞춰 어떤 성과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민선 7기가 출범한 지 한달 가까이 돼간다. 경기도청은 16년 만에 진보성향의 이재명 지사가 취임해 도정의 큰 변화가 예고된다. 민선 7기는 광역ㆍ기초단체장뿐 아니라 도의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이 지사는 “협치를 통해 ‘새로운 경기도’를 만들 것”이라며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도의회 의장단도 “견제와 감시, 협력의 기능을 잃지 않겠다”고 하지만 의석의 과도한 편중에 따른 부작용이 우려되는 건 사실이다. 도정 실무를 총괄할 부지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급변하는 도정, 대변혁의 시기에 필자는 정치인, 교수, 공무원 등 나름 도정 전문가에게 민선 7기 바람직한 경기부지사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대략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는 경기도 조직구성원들이 열린 마음으로 도민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민생 현장의 도민 목소리를 경청하고 토론하며, 합리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두번째는, 부지사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명확한 업무처리 지침이 중요하다. 새로운 정권 초기에는 현안 과제가 폭주해 조직구성원들 모두 분주하다. 도지사의 철학과 정책 방향을 제대로 읽어내고 이에 따른 판단을 신속하게 해야 업무 효율성이 크다. 갈팡질팡해선 안 된다. 이를 위해 도지사와의 긴밀한 소통은 필수다. 도지사는 도정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 역점을 두고 실무는 부지사가 총괄 지휘해야 한다.
세번째는, 도민 의견 수렴에 균형을 맞추는 일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의회 권력이 민주당으로 단일화된 만큼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다양한 도민 의견을 폭넓게 받아들여 정책을 만들고 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도지사에 맞추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도정의 핵심은 경기도민이어야 한다. ‘도민을 위한 도정’을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 이는 도지사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공복 (公僕)의 기본자세다.
이용성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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