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를 가다] “대남방송 그쳐 편한 잠… 통일되면 연천이 중심지 될 것”

연천군 중면 삼곶리 이명록 이장이 접경지 마을인 삼곶리와 임진강을 가리키며 “통일이 되면 연천이 남한과 북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연천군 중면 삼곶리 이명록 이장이 접경지 마을인 삼곶리와 임진강을 가리키며 “통일이 되면 연천이 남한과 북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지금 같은 분위기가 이어져 남북이 하나가 된다면, 그 중심엔 연천이 있을 겁니다”

휴전선과 인접한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서 만난 이명록 이장(75)은 요즘 살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철책에서 불과 4㎞가량 떨어진 접경지 마을인 이곳에 최근 들어 ‘평화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섭씨 38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 찾은 삼곶리 마을은 접경지내에 위치한 곳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여느 농촌 마을과 다름 없이 평화로웠다. 27가구에 나눠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은 농사를 짓고 있는데 주로 콩, 율무, 벼 등의 농작물을 정성껏 키우고 있다. 

평화로운 삼곶리 마을도 불과 4년 전인 2014년 10월에는 북한의 고사기관총탄이 날아들던,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곳이었다. 특히 총탄이 연천군 중면사무소 주민 대피소 옆에까지 떨어져 주민들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극도의 불안감 속에 살아야 했다.

 

이명록 이장은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북한군이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지를 향해 기관총을 발포했고 그 중 일부가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안 맞아서 다행이지, 정말 큰일 날 뻔 했다”면서 당시를 회상했다.

 

그렇게 불안의 나날을 살던 이곳 마을에서 ‘평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시나브로 샘솟고 있다. 주민들의 얼굴엔 편안한 미소가 흐르고 전쟁에 대한 공포감 대신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외지인들에게도 최근 전파되면서 이곳을 찾는 이들도 부쩍 늘었고 심지어는 최근 “땅을 살 수 없냐”는 문의도 생겨났다는 것이 마을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난 2014년 10월 연천군 중면사무소 주민대피소 옆에 떨어진 북한 고사포 총탄 흔적.
지난 2014년 10월 연천군 중면사무소 주민대피소 옆에 떨어진 북한 고사포 총탄 흔적.
특히 이곳 주민들이 남북화해 분위기를 가장 실감하는 것은 대남 방송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427 남북정상회담 이전만해도 북한군은 밤낮없이 대남방송에 열을 올렸다. 조용한 농촌마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엄청난 소음 공해에 매일같이 시달린 이곳 주민들이다. 이 이장은 “이제 대남방송이 없으니 잠을 편이 잘 수 있어 너무 좋다”면서 어린 아이처럼 환하게 웃음지었다.

 

삼곶리를 지나 민통선 더 안쪽에 위치한 연천군 횡산리 마을도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된 후 상황이 바뀌고 있었다. 이전에는 군부대의 철저한 경계와 관리감독 하에서 하루하루를 살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군부대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이곳 거주 주민들의 출입이 편해지는 등 삶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횡산리 마을 은금홍 이장(70)은 “그동안 연천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컸는데 남북화해 분위기가 조성된 후에는 기대감이 생겼다”면서 “이 분위기가 통일로 이어진다면 연천은 통일 대한민국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선호기자

 

道 접경지역 발전 청사진

포천 디자인빌리지 등 맞춤형 인프라 조성… DMZ 활용 관광자원 개발

북한과 인접한 경기북부는 그 동안 안보를 위해 희생만을 강요받아 왔다. 남북 관계가 경색될 때 마다 긴장할 수 밖에 없었고 각종 중첩 규제에 발전은 커녕 낙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제 더 이상 경기북부 접경지역을 방치하고 희생을 당연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경기도 접경지역 발전계획에 대한 청사진을 살펴봤다. 

■ 지역특화 인프라 구축

경기도는 우선 지역특화 디자인센터 건립, 파주 산업형 교류발전지구 조성 등 접경지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특화 디자인센터 건립은 포천, 양주, 동두천 지역의 섬유, 가구, 패션디자인산업의 기반을 활용해 아시아의 디자인산업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도는 오는 2022년까지 포천시 소흘읍 고모리 일원에 국비, 지방비 포함 366억 원을 들여 디자인빌리지 특화센터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산업형 교류발전지구는 남북교류를 위한 거점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역 공간 활용과 남북교류 협력거점으로 통일경제특구 지정과 병행해 파주시 장단면, 문산읍 일원에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 접경지가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파주지역의 경우 초평도 자연생태학습장 조성, 수리에코타운, 생태농업 테마마크 조성 등을 추진한다. 초평도 자연생태학습장은 분단의 역사와 함께 자연생태 그대로 보존돼 있는 임진강 내 유일한 섬 초평도를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조성하고 주변 관광지와 연계한 생태자원 관광코스로 개발하는 내용이다. 접경지역 지원특별법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국비 240억 원, 지방비 240억 원 등 총 48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탄강 주상절리길 생태경관단지 조성 사업은 포천시 관인면 중리 일원에 오는 2022년까지 150억 원을 들여 조성해 자연생태학습장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 체험, 안보 관광의 중심

파주 캠프 그리브스는 전국 반환 미군 공여지 중 유일하게 민통선 내 위치한 공여지로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고 인근 안보 관광과 연계한 관광밸트를 구축해 안보체험 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연천 지역에서는 임진강 평화공원 조성, 녹색생활체험관 건립, 연천 DMZ 농촌체험관광 특화단지가 추진 중이다. 임진강 평화공원 조성은 오는 2022년까지 연천군 군남면에 평화공원을 조성해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고 임진강 부근의 DMZ 생태문화 지원을 연계한 문화관광자원 개발로 연천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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