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저감대책 수립 지시 받고도 수년째 백연저감장치 설치 미이행
올해 민원 107건… 주민만 죽을맛 업체 “예산부족으로 설치 못해”
60년 역사를 가진 제지 생산업체 ‘아세아제지㈜’가 3년 전 경기도로부터 악취 저감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저감대책을 실행하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수년째 악취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시흥시에 따르면 시흥스마트허브 내 위치한 아세아제지㈜는 지난 2015년 1월 경기도공단환경관리사업소로부터 ‘악취 저감대책 수립’을 지시받았다. 아세아제지㈜는 재활용폐지를 파쇄하기 앞서 폐지를 찜통에 넣어 찌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폐지가 썩어 악취가 풍겨져나오던 상황이었다. 당시 도의 지적을 받은 아세아제지㈜는 파지저장창고 설치, 백연저감장치 등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악취 저감대책 수립 지시를 받은 지 3년 7개월이 지났지만 파지저장창고만 설치됐을 뿐 아직 백연저감장치 등은 설치되지 않았다. 주민들 괴롭히던 악취도 여전하다.
지난 2월 인근 아파트로 이사 온 주부 A씨(40)는 “하루종일 이어지는 악취에 이사를 오고 나서 단 한 번도 창문을 열지 못 했다”며 “날씨가 좋아 환기를 하려 해도 어김없이 냄새가 퍼진다. 이를 알았으면 이사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악취 민원은 올해만 시흥시에 107건 접수됐다. 이에 시흥시는 지난달 18일 현장 단속에 나서 악취 오염도를 측정, 그 결과 아세아제지㈜는 악취 배출 허용기준(희석배수 500배 이하)을 훌쩍 넘는 669배의 악취를 풍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시는 시설개선조치 명령을 내린 상황이다.
이에 대해 아세아제지㈜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백연저감장치 등을 아직 설치하지 못했다. 장기간 악취로 인근 시민들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시흥시, 주민협의회와 같이 협의한 내용을 이행하고 있는 과정에 있으며 앞으로 환경보호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해명했다.
시흥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는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야간에도 순찰과 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악취 배출 허용기준과 그에 대한 계도기간(7개월)도 느슨한 편이어서 주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허용기준을 300배 이하로 낮추고 계도기간도 줄이는 등의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흥=이성남ㆍ이상문 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