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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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주기적인 흐름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고 올해에도 한가위가 다시 한번 우리의 곁을 스쳐 지나갔다. 과거에도 존재하였고 미래에도 지속할 우리의 정체성을 인식시키는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예법들은 시대를 따라서 변천되었어도 내면에 간직한 사상적 근원은 번잡한 현대인에게도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부모와 조상의 공덕을 기억하고 회상하며 뿌리에 대한 성찰을 하는 시간이다.

 

윤리적으로 동서양을 관통하는 질서라는 개념에서 강조되었던 요소는 가정에서의 교육이 중심이고 이것을 통하여 개인과 여러 사회조직의 가치관과 관계를 정립하는 기초가 성립된다. 자식과 부모의 관계를 나무에 비유한다면 조상은 뿌리이고 부모는 줄기이며 자식은 열매라고 말할 수 있다. 나무의 일상적인 생의 주기에서 가을에 이르면 몇 년에 걸친 결과물을 열매를 통하여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휴식에 들어가며, 열매를 통하여 더욱 발전된 미래를 준비하게 된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인간은 우주의 진리를 합리적으로 깨달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물론 다른 존재들도 진리를 깨달을 수 있으나 여러 제약으로 인하여 인간과 비슷한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없다. 이러한 역사적인 흐름에서 부모에 의한 역할은 영향이 매우 크다. 체계적인 교육과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지식과 지혜가 끊임없이 전달되었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진보적인 존재로 발전하였기 때문이다.

 

불교의 궁극적인 목적은 깨달음을 지향하고 있으나 윤리의 토대에서 성장하고 발전한다. 이러한 윤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부모의 은혜이다. <증일아함경>에서는 “어느 사람이 왼쪽 어깨에 아버지를 얹고 오른쪽 어깨에 어머니를 얹고 다니면서, 천만 년을 의복과 음식 및 의약품 등으로 봉양하는 때에 그 부모가 설령 어깨 위에서 오물을 쏟아도 오히려 그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고 말씀하고 있으시다.

 

이와 같은 크신 부모의 은혜를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얼마나 가슴속에 담아두고 있고 나아가 보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가를 스스로가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현대사회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으나 다른 인격체인 상대방을 얼마나 배려하고 살아왔던가.

 

불교의 가르침은 연기의 법칙에 있다고 설해지고 있다. 연기의 실체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 따라서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도 없어진다”라고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우리는 진리의 가르침을 먼 곳에 또는 더 깊은 곳에 있다고 스스로가 가상의 현실 속에 살아가는 측면도 있다.

 

요즈음은 사회에서 명상이 유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명상을 통하여 부모에 대한 은혜를 자세히 관찰하는 기회가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불교에서는 사람들이 꿈꾸는 천상의 세계에도 인류와 같은 사회가 존재하고 그 시대에 알맞은 문화를 꽃피운다고 말한다.

 

이 세계에서 특이한 점의 하나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 육아의 문제에 있어서 남녀노소의 구별이 없이 공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후에 예닐곱 살에 이르면 가정집으로 데려가게 되는데 인간세계의 가정과 같이 생활로 돌아가는 점이다.

 

이제 다시 번잡한 일상으로 돌아왔고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에 충실할 시간이다. 그렇지만 오천년의 역사를 지탱할 수 있었던 내면에는 효와 예라는 뿌리깊은 문화가 있었다. 효를 존중하는 전통적인 예법을 통해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하여 우리는 부처를 이룬다는 진리에 한걸음 더욱 다가갈 것이다.

 

세영 스님 수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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