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이기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들이, 우리의 환경을 지나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금성은 수성에 비하여 태양에서 더 멀리 있지만, 행성의 온도는 금성이 훨씬 더 뜨겁다. 그 이유는 두꺼운 대기층이 온실효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며, 그 주범은 이산화탄소로 알려져 있다.
이산화탄소는 금성 대기에서 96.5%를 차지한다. 보잉 747의 엔진은 1초에 1t의 공기를 빨아들인다고 한다. 1시간이면 3천600초. 비행시간이 10시간이면 3만6천초이므로 3만6천t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셈이다. 비행기 1대 당 엔진이 4개임을 가정하면, 그 4배 즉 약 15만t의 공기를 빨아들이는 셈이다. 지구 대기 중 산소의 비중이 대략 20%임을 감안하면, 비행기 1대의 10시간 운행에 약 3만t의 산소가 사라지는 셈이다.
그런데 하루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의 비행기가 전 세계에서 움직이고 있다. 다른 한편 문명의 이기들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지구 역사 80만 년 동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0.03%를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구의 온도 1도가 오르면 지구상의 30% 생명체가 멸종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기적인 인간은 지구를 파멸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일까.
일벌이 침을 쏘는 행위는 도둑에 대한 매우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된다. 그러나 침을 쏜 벌은, 침을 쏘는 것과 동시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내장이 침과 함께 빠져버리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된다. 죽음을 마다하지 않고 도둑을 막아내고자 벌은 최후의 무기인 침을 사용했다.
여기서 일벌의 행동은 이타적인 행동이었을까. 집단을 위한 이타적인 행동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과학자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스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 이기적이라고 본다. 따라서 종의 이익을 위하여 개체가 희생한 것이 아니라, 개체의 이기적 유전자가 결국 종을 유지하게 만들었다고 이해한다.
인간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생물학적 본성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고, 학습을 통하여 변화될 수 있으며, 문화를 나누거나 전수하기도 하지만 인간의 기본적 속성이 이기적인 것임은 변하지 않는다. 도킨스는 “개개인이 공동의 이익을 위해 관대하게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원한다면 생물학적 본성으로부터 기대할 것은 없다는 것을 경고로 받아들이기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자연을 회복하고자 하는 운동은 세계적인 연대를 필요로 한다. 개인을 넘어가야 하고, 국가를 넘어서야 한다. 기본적으로 이타주의를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자연을 훼손시킨 이기적인 인간. 그들이 과연 그 벽을 넘어서 자연을 되살려낼 수 있을까. 아니다, 오히려 이기적인 인간의 유전자들이 강력한 생존본능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파멸을 막아낼 수 있지는 않을까. 마치 자신을 희생하는 일벌의 죽음이 이기적이었던 것처럼.
금성은 태양계의 지옥으로 불리운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은 지구에 온실 효과가 지속된다면, 지구 역시 금성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제 개체와 종족이 살아남기 위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만들어갈 때가 된 것은 아닐까. 찬 바람에 낙엽이 보이기 시작한 가을 언저리에 벌써부터 내년 여름을 걱정한다.
이재진 법무법인 정상 대표변호사·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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