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가 정말 성공적입니까. 현장에서는 전혀 느낄 수가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피가 마릅니다.” “대통령님은 (보좌관들과) 소통이 전혀 안 되시나 봐요. 중소기업은 ‘죽겠다’고 아우성 치는데 ‘(정부는) 잘되고 있다. 잘될 것이다’라고만 하니 답답합니다.” 기업인들을 만나 이야기할라치면 5분도 채 안 돼 모두가 하소연뿐이다. 정부 정책이 잘못된 것일까. 아니면 기업 경영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열린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성과가 당장은 체감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총체적으로 본다면 우리 경제는 성공으로 나아가고 있고, 우리 중소기업도 매일매일 기적을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답은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정부 첫해, 경제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고 2년 차에 혁신적 포용국가의 시동을 걸었다면, 올해 3년 차에는 반드시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물론, 정부 경제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그 시간까지 우리 기업들이 버텨줄 것 인가에는 회의적이다.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우리 경제의 참담한 실상을 알리는 각종 통계는 계속 쏟아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보면 2.4%이다. 이는 정부 전망치(2.6~2.7%)를 밑도는 수치로 지난해 11월 전망치 2.6%보다 0.2%포인트 하향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은 명료하다.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할 것으로 봤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수요 감소 등으로 이어진 수출 감소 여파가 내수경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 전망에 대한 부정적 견해는 이미 한국은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대내외 주요 기관이 발표한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 두 달 만에 0.2%포인트 낮췄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다. 한은도 지난 4월 우리 경제 성장률을 2.6%에서 2.5%로 하향했다. 또 무디스(2.3→2.1%), LG경제연구원(2.5→2.3%), 아시아개발은행(2.6→2.5%), S&P(2.5→2.4%) 등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기업은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투자를 멈추거나 해외로 떠나고 있으며 일자리 참사는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4월 고용지표를 보면 30·40대 취업자가 27만 7천여 명 줄었고 제조업 취업자는 5만 2천여 명 감소했다.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도 7만여 명으로 감소하는 등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지난 21일 고용노동부 주최로 ‘최저임금 영향 분석’ 토론회가 있었다. 도소매업, 공단 내 중소제조업, 음식숙박업, 자동차 부품제조업 사업체의 사업주ㆍ근로자 심층면접 실시 결과에 따른 토론회였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등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번 면접조사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움이 있지만, 업종 현장의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데 이의(異議)가 없다. 더욱이 청부가 처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시장의 영향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결과는 암울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곧바로 고용과 임금에 악영향을 끼쳤다. 자영업이 주를 이룬 음식·숙박업이나 도·소매업 같은 곳의 타격이 컸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취약계층이 일자리를 잃고 임금마저 줄어들 수 있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정부 조사로 확인됐다.
중소기업중앙회의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보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기업의 69.0%에 달한다.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최저임금 동결을 원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대한민국 경제의 주역입니다. 정부가 여러분의 힘이 되겠습니다”라고 밝힌 대통령의 축사가 기업인들의 냉소가 돼서는 안 된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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