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통도사는 합천 해인사와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하나다. 불보(佛寶)는 통도사이고, 법보(法寶)는 해인사이고, 승보(僧寶)는 송광사다. 그래서 한국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보아야 할 절 가운데 하나다. 통도사란 이름은 ‘통만법(通萬法) 도중생(度衆生)’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통도사의 이름을 현대적으로 풀어 해석하면, ‘한편으로는 온갖 진리를 두루 꿰뚫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상 모든 사람을 구원한다’는 뜻이 될 것이다.
이 절을 처음 연 이가 원효(元曉, 617-686)보다 한 세대 위의 자장율사(慈藏律師, 590-658)다. 자장은 636년 당나라로 유학을 가서 643년 귀국하였다. 귀국 후 자장이 머물며 수행한 곳이 자장암이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자장암이 통도사의 시작일 것이다. 통도사는 통도사 전각과 탑 그리고 암자 등 사찰 건축물과 탱화 등 불교적 유물 자체로도 그 의미가 크지만, 통도사를 감싸는 산과 들, 그리고 그곳을 만들고 지켜온 스님들의 수행과 신도들의 믿음이 어울려 지혜를 빚어내 비로소 온전한 통도사가 된다.
먼저, 통도사와 통도사를 감싸고 있는 영축산 이야기를 하겠다. 통도사의 뒷산은 영축산으로 해발 1천m가 넘는 높은 바위산이다. 그런데 이 높은 바위산이 병풍처럼 통도사를 둘러싸고 있다. 통도사의 뒷산인 영축산은 높은 바위산 모습의 강건함과 대나무 소쿠리같이 통도사를 넓게 둘러싼 모습의 넓은 포용력을 가진 온화함을 함께 갖추고 있다. 통도사 터는 바로 이런 영축산의 강건한 기와 유순한 기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곳이다. 통도사 터는 바로 한국불교 사찰의 종가라는 이름을 얻을 만한 기운을 지닌 터다.
다음으로, 통도사의 핵심인 금강계단을 이야기를 하겠다. 이 금강계단에서 계율을 받아야 스님의 도력이 비로소 생긴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 금강계단이 용이 살던 늪지대였고, 이 늪을 흙으로 메우고 금강계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현재 대웅전 앞의 둥그런 모습의 연못과, 영산전 앞의 작은 연못은 이 절을 지키는 신장이 된 용의 출입구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늪에는 물의 신인 여덟 분의 용신들이 살았고, 이 용신들은 농경시대 전통신앙의 숭배대상이었다. 한국의 용은 유럽의 드래곤과는 다른 것이다. 유럽의 드래곤을 동아시아에서 용이라고 번역해서 한국의 용을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가 전래되던 초기에는 외래종교인 불교의 고승은 전통신앙의 대상인 용신과 싸워서이기고 용신이 살던 늪에 절을 짓는다. 통도사에 전해지는 설화는 자장율사가 도술을 부려 아홉 마리의 용신이 살던 연못에서 여덟 마리 용을 쫓아내고 그곳에 절을 짓는데, 핵심이 금강계단인 것이다. 불교 전래 이전 신앙대상이었던 용신은 이제 부처로 대체되고, 마지막 남은 용신은 자장 율사에게 굴복하여 용신에서 멋진 용으로 변모하고 절을 지키는 신장으로 함께 숭배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극락보전 후면에 그려진 반야용선(般若龍船) 그림 이야기를 하겠다. 이 그림은 고승에게 굴복한 용신은 이제 지혜의 용신으로서 배가 되어서 앞에는 중생을 극락정토로 인도하는 인왕보살, 뒤에는 지옥의 중생을 구제하는 대원보살인 지장보살을, 그 가운데에는 많은 중생을 싣고 생사의 파도를 타고 넘어가면서 극락으로 인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대 한국인들이 그들의 산천(山川) 안에서 자라나온 토속종교와 외래종교인 불교를 그들의 산천 안에서 이해ㆍ흡수ㆍ융합ㆍ창조해온 그들의 통찰과 지혜의 모습이다.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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