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육계는 매년 10월 전국체전을 기점으로 시즌을 마감하고 동한기(冬閑期)에 접어든다. 선수 영입과 다음 시즌에 대비한 동계훈련 준비 등 정중동(靜中動) 행보가 이어지는 이 때에 지방체육계가 때아닌 선거 열기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바로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을 위한 관련 규정 개정과 선거인단 구성 방식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방체육은 지자체장이 당연직 회장으로 취임해 체육회의 예산 지원과 체육행정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을 금지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제43조의 2항이 신설되면서 전국 17개 광역 시·도체육회와 228개 시·군ㆍ구체육회는 내년 1월 15일까지 민간 체육장을 선출해야 한다. 이에 지방 체육회는 앞으로 60여일 동안 선거체제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방체육회장 선거가 다가오면서 사상 첫 민선 경기도체육회장과 시ㆍ군체육회장 출마가 예상되는 예비 후보들도 하나 둘씩 자천타천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경기도체육회의 경우에는 현 체육회 부회장과 종목 단체장, 전 체육회 임원 등 6~7명이 거명되고 있고, 시ㆍ군체육회는 현 자치단체장의 심복이 대다수인 상임(수석)부회장에 전ㆍ현 종목 단체장 및 체육계 인사들 간 2~3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친(親) 단체장’ 인사의 경우 현 지자체장과의 친분 관계 또는 지방선거 당시의 역할론 등을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있고, 다른 인사들의 경우는 그동안 체육계에서의 활동 이력과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며 출마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사상 최초의 민간 체육회장을 선출한다는 데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출마를 하려는 인사도 상당하다. 문제는 체육회장 선거로 인해 파생될 여러가지 우려들이다.
첫 번째로는 다른 여타 선거에서 보았듯이 경선으로 인해 자칫 비교적 단일 대오를 형성해 운영됐던 지방체육계가 분열될 우려다. 경선을 치르면 지지자들이 나줘질 수 밖에 없고, 이는 선거 이후 큰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다. 둘째 당선된 민간 체육회장의 운신폭이 지자체장과의 역학 관계에 따라 달라지면서 체육계 전반에 미칠 영향이다. 이른바 지자체장과 코드가 같은 회장이 당선될 경우에는 종전과 큰 변화가 없겠지만 여전히 체육이 정치에 예속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지자체장과 코드가 다른 인사가 회장으로 당선돼 갈등을 빚을 경우 체육회에 대한 예산지원 축소, 직장운동부 해체 압력 등으로 인해 지방체육의 위축으로 직결될 수 있다. 또한 선거 기여도에 따른 낙하산 인사와 이로 인한 조직의 균열, 회장의 전횡이나 편향적인 체육회 운영 등의 우려도 낳고 있다. 조직의 사유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당초 지자체장의 체육단체장 겸직 금지는 지방체육회의 자율권과 자립권, 독립성을 보장하는 민간인 체육회장 선출로, 정치 편향성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지방체육회의 예산이 90%이상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는 현 상황에서 이의 실현은 요원하다. 따라서 지방체육인들의 올바른 선택이 중요하다. 민간인 회장 선거로 인해 체육계가 분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후보자간 활발한 합종연횡과 진정으로 지방체육을 발전시킬 인사를 뽑아야 한다. 지자체장에게 체육계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정확히 전달해 지원을 이끌어 내고, 진언을 할 줄 아는 회장이 필요하다. 반면, 첫 민선 체육회장이 무보수 봉사의 직이 아닌 직업으로 여기거나, 이를 사욕에 활용하는 등 개인적인 영달을 꾀하는 인사는 안된다. 첫 민간인 회장 선출로 인한 지방체육의 성패는 지자체장과의 친소 관계도 중요하지만, 체육인의 마음을 헤아리고 소통하는 데 달려 있음을 체육인들 스스로 보여줘야 한다.
황선학 체육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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