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인데도 어떤 사람이 하면 더 실감 나고 재미있는 반면, 또 다른 사람이 하면 재미없고 지루한 경우가 있다.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그 이야기 속에 온갖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그러니까 실감 나는 장면을 만들기 위해 언어의 높낮이를 두거나 혹은 노래를 한다거나 하며 말이지요.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소위 ‘이야기꾼’이라 부른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에도 이런 이야기꾼처럼 재미있게 음악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르가 있다. 예술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리는 ‘오페라(Opera) 이다.
오페라가 다른 클래식 장르에 비해 쉬운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먼저 오페라에는 분명한 이야기가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희로애락의 감정 등을 노래 가사나 오케스트라 연주를 통해 노골적으로 표현해 주기 때문에 어떤 형식에 따라 그냥 선율만 흐르는 다른 클래식 음악에 비한다면 ‘너무 친절한 오페라’라고 말할 수 있다.
가사, 대사, 무대 미술, 연기, 연출, 조명, 발레 등 모든 예술이 한데 모여 있어 마치 예술의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는 오페라(Opera)의 어원은 작품이란 뜻의 오퍼스(Opus)의 복수형에서 출발한다.
비발디, 바흐, 헨델 이전에 이미 완성된 체계를 갖췄던 오페라의 시작은 르네상스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베르디 백작 궁정에서 귀족들의 논의 끝에 탄생한 오페라는 어떤 드라마에 맞춰 서곡, 합창, 중창, 아리아 등 다양한 장르를 한꺼번에 맞볼 수 있어 곧 이탈리아 전역에 퍼지며 사람들의 인기를 끌게 되었다.
특히 최초의 오페라라고 하는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탄생한 <다프네>에 대한 호응은 대단했고, 이는 이탈리아를 오페라의 본고장으로 인정받게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처음 4개의 악기로만 시작된 오페라는 오페라의 아버지라 불리는 몬테베르디에 의해 여러 악기로 발전되었는데, 그는 36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오페라 <오르페오>를 상연, 완벽한 성공을 거두었다. 몬테베르디의 등장 이후로 오페라는 오늘날 같은 구색을 갖추게 되었다.
오페라는 내용에 맞춰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고 대사를 하는 점에서 연극과 닮았지만, 결정적으로 이 모든 대화를 노래로 처리한다는 점에서 연극과는 다르다. 이때 주인공이 혼자 나와서 부르는 노래를 ‘아리아’라고 하고, 대화 형식으로 노래하는 것은 ‘레치타티보’라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오페라를 또 ‘뮤지컬’과 혼동하기도 한다. 뮤지컬은 역시 가사, 대사, 무대 미술, 연기, 연출, 조명, 발레 등이 포함된 예술이란 점에서는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무엇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오페라와는 다르다. 오페라는 ‘음악’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는 데 반해, 뮤지컬은 ‘연극’ 적인 요소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축으로 삼아 연극을 첨가했고, 뮤지컬은 연극을 중심으로 삼아 음악과 춤 등을 가미한 것이다.
정승용 지휘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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