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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보건교사] 3. 무시당하는 보건수업
사회 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보건교사

[과도한 업무에 멍드는 보건교사] 3. 무시당하는 보건수업

보건교사가 봉?… 교장따라 업무 복불복

#1. 교장ㆍ교감ㆍ행정실장과 교사들은 갑이고, 우리는 철저하게 을의 신세로, 업무 폭탄보다 무서운 건 그들의 차가운 시선이죠. 공동체의 수준은 소수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으로 일차적인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의 업무실태와 애로사항에 관심을 갖는 이들은 없습니다. (A 보건교사)

#2.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오면 ‘무조건 (네가) 해라’고 지시하고, 업무 분장을 논의하면 ‘봉사정신이 없다’고 폄하하는 분위기 속에 특히 기간제 보건교사의 경우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복종형 교사를 요구하니 양질의 보건수업은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학교 안의 섬이고, ‘봉’입니다. (B 보건교사)

경기도 보건교사들이 ‘업무 폭탄’으로 학생건강권은 물론 보건수업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업무 정상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건교사들의 법률적 직무보다 실제 수행하는 직무의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그야말로 운에 맡기는 ‘복불복’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보건교사의 업무가 수량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장과 행정실장에 따라 그 해 업무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일선 학교에선 시설ㆍ환경 업무분장을 요구하는 보건교사들에게 “봉사정신이 없다”, “일하기 싫어하는 사람”, “싸움닭”, “갈등 조장자”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더 큰 문제는 보건교사의 성교육ㆍ성폭력 예방교육, 흡연예방교육, 응급처치 등의 보건수업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경기도보건교사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1천516명 응답) 결과, 보건교사 10명 중 3명은 ‘보건교육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지 못해 교육적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화성 장안초 유자연 보건교사는 “보건교사 업무는 수량화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주관적 분석에 따른 업무량의 편차는 명확한 기준이 되는 정량화 분석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업무에 대한 서로의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그룹 간 편차가 나타나 객관적 분석을 통해 문제를 파악하고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천아영 경기도보건교사회 회장은 “타 과목 교사들은 초중등교육법시행령의 교원 배치기준에 따라 학급 수 및 주당 수업시간 수 등을 고려한 교원 충원이 이뤄지고 있는 반면 보건교사는 다른 교사들처럼 배치기준에 업무량이나 학급 수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지적하며 “학교 교직원들이 보건수업에 대해 비협조적이고 ‘꿀보직’이라 인식 속에 교사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는 분위기가 보건교사를 더 힘들게 한다”고 말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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