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코로나19’의 위기

빅토르 위고(Victor Hugo)라는 작가는 ‘장발장’을 비롯한 수많은 위대한 글을 남겼다. 그의 이라는 책 내용에 나오는 내용이다. 바다에서 위험한 폭풍에 휘말린 어떤 배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폭풍 속에서 선원들은 모두가 놀라고 두려워 떨며 긴장되어 있었는데, 갑자기 갑판 아래에서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그 소리는 그 배에 화물로 선적된 대포 때문임을 알게 되었다. 폭풍 속에서 대포를 묶어 둔 밧줄이 풀려 그런 소리가 났던 것이다. 배의 요동에 따라서 그 대포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배의 옆쪽 측면을 사정없이 쳐댔던 것이다. 이것을 지켜보기만 하면 배는 가라앉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용기있는 두 명의 선원이 느슨해진 대포를 다시 묶겠다고 자원하였다. 그 일은 위험한 일이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 그 대포로 인한 배의 내부에서의 난파가 폭풍의 격렬함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었다.

한 개인의 인생이던 한 국가의 역사이던지 위기라는 위험과 기회의 시간을 맞이한다. 그때에 그 위기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의 정체성이다. 그 정체성이 분명하다면 그 위기는 기회의 시간이 되기도 하고 그 정체성이 깨져 있다면 그 위기는 위험의 시간이 될 뿐이다. 교회는 언제나 사람들 속에 있고 사람들과 함께 한다. 교회라는 곳은 그 사회의 정서적 문화적 생명을 같이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국가의 정체성을 영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인도해 가야 하는 책임이 교회엔 있는 것이다. 역사를 볼 때 그 세대 속에서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그 사회의 건강성의 잣대가 돼 왔다. 지금 한국 교회는 모든 것들이 다 정확히 좌·우로 나누어져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가적 재난으로 다가와 있다. 이 위기의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일단 모든 것들을 할 수 있다면 멈추어야 한다. 다 같이 멈추고 하늘을 쳐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예수님도 어떤 기적을 보여주실 때나 아니면 생명의 말씀을 주실 때 언제나 모든 것들을 멈추게 하셨다. 그리고 한 곳을 집중하게 하셨다. 그 집중은 언제나 인생의 본질을 향하게 하셨던 것이다. 이 나라의 힘과 그리고 인생의 참된 의미는 지금의 분주함을 멈추고 나 자신을 돌아보며 믿음을 향해 우리의 시선이 고정되어야 한다.

남아프리카 유목 부족 가운데 일 년 중 일정한 때가 되면 반드시 몇 달 동안 먼 길을 떠나는 부족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몇 날 며칠을 터벅터벅 걸어간다고 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며칠이고 한 자리에 머물 때가 있다고 한다. 이 부족을 관찰하던 한 인류학자가 그들에게 왜 가던 길을 멈추고 쉬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들 중 한 리더가 그에게 대답하기를 “그들의 영혼이 육체를 따라오도록 쉬면서 가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은 너무나 큰 인류의 재앙이 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재앙 앞에서 누구의 탓인가?를 힐문하며 서로 공격하기보다는 모두가 육체적으로 멈추고 그 바빴던 육체의 발걸음에 영혼이 뒤따라 오도록 기다림의 시간이 있기를 기도해 본다.

조상훈 만방샘 목장교회 목사·수지지부 FIM 이슬람 선교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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