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봄날은 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나라가 초비상이다. 감염 확산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국민의 감염에 대한 불안감 역시 날로 고조되고 있다. 감염 확산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정부는 감염자 치료는 물론이고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고강도 방역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누구랄 것도 없이 격려와 동참을 통한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극도의 불안감과 두려움이 사회 전반의 불신과 혐오로 이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도 조심스럽다. 감염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나라 전체가 불안에 떠는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한 우리의 대응 자세는 더 차분하고 냉정할 필요가 있겠다. 불안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를 더욱 고립시키고 힘들게 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도 어쩌면 서로에 대한 불신과 배척인지도 모른다. 감염 확진이 집중된 지역이나 집단 혹은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이번 사태를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보다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방역책에 대한 범국민적 협력 즉 서로를 위한 격려와 배려 그리고 응원과 지지가 필요할 때라고 본다. 감염 예방을 위한 개인위생에 철저를 기함은 물론 감염으로 치료 중인 환자의 쾌유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치료와 방역에 온 힘을 다하는 분들의 수고에 진심 어린 감사와 응원을 보내주는 일, 그런 따뜻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현재의 위기상황을 극복하는 데 더 큰 힘이 되리라고 본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이왕이면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해결되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수 리아킴의 노래 <위대한 약속>에는 다음과 같은 노랫말이 있다.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벼랑 끝에 서보면 알아요.”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생활이 쉽지 않아진 요즘, 그 평범함이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시간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살면서 우리는 때아닌 삶의 난관을 만나고 예상치도 않은 고통과 절망의 순간에 직면하기도 한다. 놀랍게도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그간 평범했던 모든 순간들과 일상들이 모두 그냥 그대로 축복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뜻하지 않은 삶의 벼랑에 서게 되면 그제야 비로소 아침에 눈을 뜨는 것만으로, 편안히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으로, 창문 너머에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미 너무 충분히 행복에 겨운 일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때 우리는, 소소한 일상의 축복보다 1퍼센트의 행운만을 찾으려 했음을, 평범한 일상에 고마워하기보다 특별한 무엇인가를 얻으려 많은 것을 놓치고 살았음을 또한 깨닫게 된다. 우리에게 너무도 평범해서 때로 지겨울 때가 있었던 자디잔 허드렛일들과 가족들이 함께 모여 밥 한 공기 먹는 일 등 재미도 감동도 없이 반복되는 우리의 그 모든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한 축복이었는지 그 자리에 서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사실 재미있는 일도, 매번 보람이나 감동을 주거나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의 일상에 정성을 쏟고 열심을 다해야 하는 이유는 그 모든 평범한 일상들이 지나고 보면 알알이 축복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늦게야 깨닫는 일은 후회가 될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나라가 어수선한 요즘이다. 다시 평범했던 일상을 환하게 맞이할 봄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코로나19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과, 감염 예방과 방지를 위해 온 힘을 쏟고 있을 분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김창해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음화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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