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용의 더 클래식] 인간미 넘치는 음악의 메시아 헨델

1743년 헨델이 작곡한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 연주되고 있었다. 3부로 나뉘어져 있는 이 곡은 그리스도와 그의 가르침을 내용으로 담고 있으며, 총 53곡으로 구성된 곡인데, 마침 2부의 마지막 곡인 제42곡 ‘할렐루야 합창’이 장내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 아름답고 웅장한 곡이 연주되고 있을 때, 공연을 감상하고 있던 영국의 왕 조지 2세는 자신도 모르게 이 장엄한 음악에 이끌려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이때부터 ‘할렐루야 합창’을 기립해서 듣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오라토리오 <메시아>! 헨델 필생의 음악이라고 부르기에 주저함이 없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사람을 단숨에 전율시킬 만큼 대단한 위력을 가진 음악임이 분명하다. 이날의 공연이 끝난 후 한 유력 신문은 이 사건을 “메시아가 전해준 황홀감에 청중은 그만 말을 잃었다”라고 대서특필했다.

게오르그 프리드리히 헨델(Georg Fridrich Haendel)! 우리가 ‘음악의 어머니’라 부르는 게오르크 프리드리히 헨델. 마치 인간을 구원하러 온 메시아처럼, 헨델의 <메시아>는 어머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 안으며 음악의 구원자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우리에게 숨 막히는 감동을 전해 주는 걸작들은 그것이 미술이든 문학이든 음악이든 어떤 예술 장르이건 간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 모든 걸작들은 혹독하고 쓰라린 배경을 안고 탄생했다는 것이다. 마치 시궁창 속의 고고한 연꽃처럼….

걸작을 탄생시킨 각 장르의 예술가들은 시궁창 속에서도 고고히 피어나는 연꽃처럼 그 시린 아픔을 극복한 후 빛나는 예술과 마주할 수 있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도 예외 없이 이런 과정을 거쳤다.

헨델은 1710년 영국 땅에 발을 디딘 후, 오페라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작곡에만 전념해야 했던 헨델은 작곡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오페라 사업에 손을 뻗었다가 결국 실패하고 만다. 헨델은 그 충격으로 병까지 얻어 힘겨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실의에 빠져 지내던 그에게 1741년 기회가 찾아온다. 아일랜드 총독과 더블린 필하모닉 협회에서 새 곡을 요청했던 것이다. 이 요청을 받았던 당시 헨델은 그것이 자신에게 다시 명성과 부를 안겨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헨델은 무언지 모를 어떤 것에 홀린 사람처럼 작곡하기 시작한다. 그는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잊은 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오직 작곡에만 몰두했고, 단 24일 만에 대작 <메시아>를 세상에 내놓게 된다. 이듬해 1742년 더블린 자선음악회에서의 초연은 대성공이었고, 1743년 코벤트 가든 극장에서의 공연은 국왕을 벌떡 일어나게 할 만큼 대단했으며, 작품의 규모만큼 감동의 규모도 매우 컸다. 감동은 물결처럼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헨델의 <메시아>는 그가 살아 있는 동안 무려 34회나 연주된다. 이로 인해 헨델은 영국의 국가적인 음악가로 존경을 얻게 되었다.

정승용 지휘자•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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