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재난기본소득 약인가, 독인가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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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ㆍ15총선은 코로나 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지난 2월 국내에서 발병한 코로나19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큰 화두를 던졌다. 재난기본소득, 긴급재난지원금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 등장했다. 재난기본소득은 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나라에서 일정 액수의 돈을 지급해 직접 돕는 복지 방식이다. 처음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지금까지 나라가 재난상황에서 전 국민에게 직접 돈을 준 적은 없다. 무상급식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도 전 국민 대상은 아니다.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할까.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그러나 대구에서 무더기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고 코로나19가 수도권 등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정치인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문재인 정부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건의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주춤하는 사이 이 지사가 먼저 경기도민에게 1인당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계획을 발표했다. 파장은 컸다. 며칠 뒤 중앙정부가 소득하위 70%까지 4인 가구 기준 최대 100만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중앙정부가 이 지사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됐다.

소득을 따져 제한적으로 준다는 정부 안은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경기도민에게 주겠다는 이재명 지사의 안과 비교되면서 비난을 받았다. 이재명 지사가 재난기본소득 정책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나왔다. 이어 기초자치단체들도 너도나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랐다. 현재 경기도 내 대부분 지자체는 액수는 달라도 별도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예정이다.

여기에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재난기본소득을 전 국민에게 주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기름을 부었다. ‘어디는 얼마 주는데 여기는 이것밖에 안 주나’ 볼멘소리가 나오자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묻지마 곳간을 풀겠다고 나서는 형국이다.

야당 미래통합당이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 50만원을 지급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전 가구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선거철을 맞아 퍼주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는 심도있는 검토는 없다. 일단 주고 보자식이라 문제가 심각하다. 선거철 ‘표’퓰리즘이 도를 넘고 있다.

선물을 받고 싫어할 사람은 없다. 재난기본소득 역시 받으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어려운 경제사정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주는 몇십만원의 지원금이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지원금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기초단체들은 재난기본소득을 주기 위해 허둥지둥 지자체 사업, 행사 예산을 줄였다. 출장비, 운영비 등 경비도 없앴다. 재난기본소득 지급에 곳간이 바닥나는 지자체가 한두 곳이 아닐 것으로 짐작된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중앙정부 사업 등이 장기적으로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지난해 나라 적자가 10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나라 부채가 사상 처음 1천700조원을 넘어섰다. 들어오는 것은 없는데 지출이 늘면서 나타난 당연한 결과다. 올해도 형편은 더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개인도 빚내서 쓰다 보면 신용불량자가 된다. 정부나 국민이나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일단 하루가 힘든 저소득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을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 이미 재난기본소득은 갈 수 밖에 없는 길이 됐다. 이것과 함께 경기를 부양할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거철 ‘표’퓰리즘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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