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2019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를 보게 됐다. 지난해 2~5월 사이에 복지 패널 6천331가구를 대상으로 부모를 모실 책임이 자녀에게 있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결과를 보면 “부모를 모실 책임은 전적으로 자식에게 있다”는 질문에 반대 응답이 40.94%(반대 35.14%, 매우 반대 5.80%), 찬성 응답은 23.34%(찬성 20.21%, 매우 찬성 3.13%),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5.7%로 조사됐다. 또 이 결과를 소득에 따른 가구 유형별로 살펴보았을 때 반대 비율은 중위소득 60% 이상인 저소득 가구에서 43.07%, 일반 가구에서 40.72%로 비슷하게 나타났다.
필자가 볼 때 먼저 반대하는 것은 소득과 생활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라 보인다. 다음으로, 매우 반대와 매우 찬성이 적은 것으로 보아 극단의 선택보다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찬성과 반대의 격차 17.6%가 중도의 평균 17.85% 보다 낮은 것으로 봐서 그 흐름의 방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현대 사회에서 가족주의는 어버이의 안전이 보장받지 못할 확률이 높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론 가족이 사회 조직의 기초 단위로서 부정할 수 없는 구성원이고, 사전에서 쉽게 지워버릴 수 있는 그런 단어는 아니겠지만, 가족주의 관점에서 가족의 가치가 퇴색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쉽게 목격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족은 무엇이고, 가족주의는 무엇일까?
가족이란 혈연이나 혼인, 또는 입양이나 친분 등으로 관계되어 같이 일상의 생활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집단이나 공동체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여기서 집단이나 공동체를 말할 때는 가정(家庭)이라고도 하며, 그 구성원을 말할 때는 가솔(家率) 또는 식솔(食率)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쉽게 말하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므로 가족이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적인 단위라고 할 때, 가족주의는 개인보다 가족 전체에 가치의 중심을 두는 사고방식으로서 개인보다는 가족을 유지하기 위한 전통을 중시하여 의무와 순종을 강요하기 때문에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유교 전통의 가족주의와 사회단체에서 내세우는 유사 가족주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것을 케케묵은 동양적 사고방식, 전근대적인 생활방식이라고 치부할 수만 없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민족, 어느 종족이든지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이와 비슷한 가족주의가 기초가 되어 그 사회를 발전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에게 가족주의는 그 가족이 안전하고 성숙하게 성장 발전할 수 있는 가치의 기준이었고, 그 가치를 발판으로 사회 저변을 이룰 수 있게 한 발판이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그 의무를 저버리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신약성서 저자의 한 사람인 사도 바울은 “자녀들아 주 안에서 너희 부모에게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에베소서 6:1)고 권면하였다. 어버이에게 순종하는 것, 어버이를 섬기는 것이 세상을 질서 있게 만드신 하나님의 뜻이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뜻을 역행하려는 세상에서 우리의 가족은 얼마나 안녕할 수 있을까?
강종권 구세군사관대학원대학교 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