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1-②

Paseo del Prado 공원길의 거리 미술상

오늘은 구시가지를 걸어서 둘러본다. 숙소를 나서 먼저 아바나의 상징인 ‘카피톨리오 광장’으로 간다. 이곳은 아바나를 찾는 여행자의 대다수가 투어를 시작하는 곳이다. 주변에는 건축 시기가 서로 다른 중세와 근세 건물들이 뒤섞여 조화를 이루며 자태를 뽐낸다.

스페인어로 ‘가운데’라는 뜻을 가진 카피톨리오는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국회의사당과 프랑스 파리 판테온 신전을 모티브로 삼았다. 한때는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국립 자연사박물관이 되었으며 쿠바인들에게 이곳은 자긍심의 상징이다.

▲ 카피톨리오 광장 주변의 올드카와 마차
카피톨리오 광장 주변의 올드카와 마차

카피톨리오의 건축적 특징은 좌우 대칭이 완벽하고 빛과 그림자의 대비를 살려 형태와 색을 돋보이게 함으로써 극적인 강렬함을 나타내면서도 역동성과 기념성을 두루 갖춘 정통 네오바로크 양식을 잘 보여준다. 카피톨리오는 그 위용만으로도 찾는 이들의 눈길을 빼앗기 충분하다. 그뿐만 아니라 꼭대기 돔은 올드 아바나의 스카이라인을 제압하고 주변의 다양한 콜로니얼 건물들은 고개를 숙인 듯 가지런히 자리 잡고 있다.

광장 주변에는 각양각색의 옷차림과 다양한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과 마주침을 한다. 여기저기 호객꾼들의 외침과 울긋불긋한 오색 물결의 1950년대 올드카가 줄지어 관광객을 기다린다. TV에서만 보았던 아바나의 첫 모습은 간접 여행에서 느낄 수 없는 진한 감동이 파도치듯 밀려든다. 스쳐 가는 사람 중에는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닌 피부색을 가진 ‘물라토’가 눈에 띈다. 그들은 중·남미에 사는 여러 혼혈 가운데 특히 유럽 혈통의 백인과 노예로 이곳에 끌려온 아프리카 흑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들이다. 물라토는 쿠바를 포함한 서인도제도에 많이 살고 라틴아메리카 혼합문화 형성에서도 많은 역할을 한다.

몇 년 전 남미를 여행하면서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에서 본 스페인계 백인과 인디오 혼혈 ‘메스티소’처럼 이곳 물라토도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쿠바에서 혈색에 따른 상하 관계는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물라토가 상류 계급에서 활약하는 예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올드 아바나의 심장부인 카피톨리오 광장을 뒤로하고 말레콘 방파제를 향하여 Paseo del Prado 공원길을 따라 한가로이 걷는다. 길 좌우에 펼쳐놓은 거리 화가의 다양한 미술 작품이 발길을 잡는다.

작품 중에는 아열대 자연을 그린 원시림과 싱그러운 열대 과일들, 살사의 여왕 셀리아 끄루스처럼 열정적인 춤을 추는 연인들 그리고 카리브의 넘치는 에너지를 담아낸 바다 그림들이 여행객의 눈길을 빼앗는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선의 흐름이 강렬한 태양처럼 밝고 깊지만, 섬세한 터치는 잔잔한 파도처럼 감미로운 파동의 여운을 남긴다. 시들지 않을 듯한 굵은 선과 색상은 쿠바인들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적 느낌을 입체적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 Capitolio de La Habana의 당당한 위용
Capitolio de La Habana의 당당한 위용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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