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은 다음 생(生)에 부처가 될 것이 정해져 있는 존재이고 현재에는 도솔천에 머물러 있는 존재이다. 미륵은 이 세상이 번뇌로 물들게 되면 다시 내려와서 불교의 가르침을 편다고 한다. 여기서 시야를 확장하면 미륵은 메시아 신앙에 포함된다. ‘메시아’라는 말은 구원자를 의미하는 것인데, 이 신앙의 유래는 조로아스터교에서 시작하였고, 이것이 유대교에 영향을 미쳤고, 그것이 기독교에도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 구체적 내용에서는 일반적 의미의 메시아 신앙과 미륵신앙이 완전히 부합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큰 틀에서는 같은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륵신앙이 한반도에 전해내려오자, 여러 설화가 미륵신앙과 관련해서 등장하고 미륵에 관한 이론적 주석서도 출현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접어들면 미륵신앙은 그 이전 시대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미륵신앙이 민간신앙과 더욱더 결합한다. 고려시대의 미륵신앙에서도 미륵신앙과 민간신앙은 어느 정도 결합하고 있었는데, 조선시대에 들어서서 불교가 공식적으로 탄압을 받자 미륵신앙은 더욱 민간신앙과 한 몸이 되어갔다. 그래서 서민들은 조형미를 갖추지 못한 돌을 미륵이라고 보고 자신의 소원을 비는 행위를 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미륵에게 아들 얻을 것을 빌기도 하고, 또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서 미륵에게 정성을 다한 마을도 있었다. 게다가 유교의 유생들도 과거에 합격하고자 미륵에 소원을 빌기도 하였다. 이처럼 미륵은 조선시대에 불교가 쇠퇴하자, 거꾸로 민중과 점점 더 가까워졌다.
그러면서 민중에 널리 퍼진 미륵신앙을 이용해서 반란을 모색한 사건도 발생하였다. 자신이 미륵의 예언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사람을 모으고 군사를 일으키려는 사건이었다. 황석영의 대하소설『장길산』의 일부 내용도 이러한 종류의 미륵신앙과 관련이 있다. 많은 사람이 미륵신앙을 수용하였기에 이제 역설적으로 그 미륵신앙을 이용해서 조선조왕조를 무너뜨리려는 혁명의 이념으로까지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이제 차기 대선이 그렇게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여당 내의 유력한 후보가 계속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더니, 최근에는 새로운 후보가 1위를 탈환하였다. 정치의 영역에서 볼 때, 미륵은 차기 대통령을 의미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제대로 된 미륵, 곧 좋은 차기 대통령을 알아보고 지지하는 일이다. 조선시대에 일어난 반란의 미륵신앙처럼 잘못된 인물을 올바른 인물로 착각해서 지지해서는 곤란하다. 사이비 미륵이 등장하면 국민의 엄정한 심판을 받기를 강력히 희망하며 아울러 제대로 된 미륵이 출현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병욱 불교학연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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