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2-①

파르크 광장에 있는 ‘호세 마르티’ 동상과 뒤에 보이는 바로크 양식의 걸작 ‘잉글라테 호텔’ 전경

카사 안주인은 아침 상차림으로 커피와 열대 과일 몇 쪽, 에그 프라이, 마른 빵과 치즈로 차렸으나 준비해간 라면을 곁들여 식사한다. 카사는 숙박비와 별도로 한 끼에 5쿡(미화 5.5달러)을 현금으로 받는다. 숙박비는 숙박업동맹과 배분하지만, 밥값은 카사 운영자가 모두 갖게 되므로 식자재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다 보니 가격대비 식사의 질은 좋은 편이 아니다.

한 집에 머무는 벨기에 친구는 커피를 마시며 차려진 식단을 쳐다보고 닷새 동안 아침 메뉴가 단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며 투덜거린다. 그는 반도체 관련 사업을 하며 우리나라를 여러 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데, 한식 차림이 좋았고 음주 다음 날 해장국이 일품이라며 엄지 척을 한다.

여행 전 인터넷에서 쿠바를 다녀온 젊은이들이 쓴 블로그를 보았다. 예쁜 컬러 사진과 함께 올린 아침 식사는 시각적으로 보기 좋았으나 막상 현지에서 이것만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기에는 왠지 부족함을 느낀다.

▲ 말레콘 방파제에서 바라본 카리브해와 아바나 신시가지 모습
말레콘 방파제에서 바라본 카리브해와 아바나 신시가지 모습

쿠바를 거쳐 멕시코까지 두 달여 가까이 여행하려면 아무래도 누룽지와 라면, 구운 김과 깻잎 조림, 고추장 등 우리 식품으로 마련한 밑반찬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하여 갔기에 오늘도 우리 음식을 곁들여 아침을 해결한다.

여러 달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땐 밑반찬을 준비하지 않으면 음식 문제로 낭패를 볼 수 있다. 일 년 전 100여 일 동안 터키와 코카서스 세 나라, 이란과 중앙아시아 다섯 나라 여행 중에 밑반찬이 떨어졌다. 현지 음식에 들어간 향신료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나이 탓인지 길든 우리 음식이 입에도 맞고 몸에도 좋은 것을 느낀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파르크 광장 중앙에 있는 쿠바의 국부격인 ‘호세 마르티’ 동상을 마주하고 파세오 델 프리도 공원길을 따라 말레콘 방파제로 향한다. 길 양쪽엔 오랜 세월의 역사와 에피소드를 간직한 콜로니얼 시대 지은 호텔과 움직이는 명물 올드카가 시간여행을 떠나자고 속삭인다.

길 왼편에는 1914년 스페인 사교클럽으로 지은 ‘팔라시오 데 로스 마트리모니오스’가 있다. 네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은 건물의 안과 밖은 지금도 화려하고, 우아한 계단과 프레스코 벽화는 눈길 끈다. 한때는 화려한 사교클럽이었으나 지금은 하바네로가 선호하는 결혼식장이 되었다.

옷깃을 스친 인연이 닿았는지 어제 만난 화가와 눈 맞춤으로 인사를 한다. 오늘도 그는 시가를 입에 물고 연기를 내뿜는다. 쿠바의 주된 농산물이 담배여서인지 아바나 길거리에서는 성인 못지않게 어린 청소년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광장 앞 ‘호텔 잉글라테라’ 테라스 카페에서는 여행자들이 쿠바 특산 시가를 쉬지 않고 피워댄다.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는 이곳이 ‘카리브’라는 것을 자랑하려는 듯, 파스텔 톤의 푸르디푸른 쪽빛 하늘과 새하얀 구름이 조화를 이루고 해풍도 질세라 감미로운 바다 향을 실어 얼굴을 스친다. 10여 분 정도 걸어 호텔 파세오 델 프라도 앞길을 건너자 카리브해를 향해 ‘와!’하고 외치며 말레콘 방파제에 첫발을 딛는다. 이곳은 매력적인 콜로니얼 도시풍경과 방파제가 어우러진 올드 아바나 사진 때문에 여행자는 이곳을 쿠바의 대표 아이콘으로 여긴다.

▲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청소년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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