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서신면 궁평리에 사는 A군(18)은 10여㎞ 떨어진 송산고교에 다닌다. 서신면에는 고교가 없다.
A군은 50여분간 시내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매일 3천100원씩, 매달 통학비로 6만2천원 정도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제 A군의 통학 버스비는 ‘0원’이다. 통학비는 물론 주말에 화성에 있는 친구집에 놀러갈때도 버스비는 들지 않는다.
화성시가 오늘부터 수도권 최초로 ‘무상교통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우선 만 7~18세 유아ㆍ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된 무상교통은 점차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교통혁신으로 대변되는 시의 무상교통 정책과, 버스공영제, 동탄 트램 등에 대해 살펴본다.
■ 무상교통 11월 본격 시행
시는 2일부터 만 7~18세 이하 유아ㆍ청소년 14만5천여명에게 지역 내 시내버스비를 지원하는 무상교통을 시작했다. 연말까지 2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특히 시는 내년부터 350억원을 들여 지원대상을 만 7~23세, 만 65세 이상 등 25만6천여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연령에 상관 없이 화성 거주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교통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시의 무상교통은 서철모 화성시장 최대 공약 중 하나로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취약한 대중교통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경기지역에서 4번째 넓은 땅(693㎢)에 바다를 품어 최고의 발전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동~서간 거리가 멀고 지역 격차가 커 대중교통이 타 도시에 비해 취약한 게 사실이다.
실제 화성지역 버스 수송분담률은 22% 수준으로, 인접한 지역인 수원(35%), 안산(30%)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화성시민 중 61%, 만 15~19세 청소년은 70%가 대중교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난해 화성시 사회조사 결과보고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에 시는 이번 무상교통을 통해 시민들의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하는 한편, 대중교통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무상교통은 시민이 발급받은 ‘화성시 대중교통 패스’로 교통비를 계산하면, 해당 내역을 시가 카드사로부터 전달받아 현금으로 환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원구간은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로 지역 내에서 이동하는 구간이다.
■ 거미줄 시내ㆍ마을버스 노선을 위한 버스공영제도 시행
시는 무상교통과 함께 이날부터 버스공영제도 시행했다. 민간 버스회사가 수익성을 이유로 꺼려하던 28개 노선(시내 11개, 마을 17개)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화성도시공사가 버스를 구매하고 기사를 직접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우선 H101(영천동~기산동)과 H103(향남 환승터미널~수원역) 2개 노선 4대를 운행한다.
앞서 시는 지난 2월 화성도시공사와 화성시 버스공영제 운영 업무 위ㆍ수탁협약을 체결하고, 화성도시공사에 8월 28개 노선 운영에 대한 신규 면허를 발급했다.
하지만 버스기사 채용이 늦어지면서 일단 2개 노선 운행을 시작하고 올해 안으로 28개 노선, 45대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이번 버스 공영제는 공공 분야에서 버스를 운행할 경우 경제논리가 아닌 복지의 관점에서 시민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시는 오는 2025년까지 3천650억원을 들여 공영버스 335대를 확충, 관내 전체 노선 중 30%를 공영버스로 전환할 계획이다.
■ 동탄 트램도 본격 추진
지난 10여년간 표류하던 동탄 트램사업도 본격화됐다.
LH가 동탄 2 택지개발을 추진하면서 지난 2009년 마련된 광역교통개선대책에 포함됐던 동탄 트램은 사업비 분담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가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을 승인, 고시하면서 사업 추진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지난 2월에는 도와 화성시, 오산시 등이 ‘동탄 트램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다음달 관련 용역을 진행했다.
도는 용역을 통해 마련한 동탄 도시철도기본계획안을 이달 26일 경기도의회 의견청취 안건으로 제출했다. 기본계획안은 의견청취 절차 후 도가 국토부에 전달, 국토부의 승인을 받으면 주민설명회 개최와 고시 등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동탄 트램은 기존 9천967억원을 들여 반월~오산(14.82㎞)과 병점~동탄2(17.53㎞) 등 2개 구간 32.35㎞에 정거장 34곳을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됐다. 오는 2024년 하반기 착공 후 2027년 개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 무상교통, 버스공영제로 수도권 최고 친환경 교통혁신도시 도약
시는 무상교통과 버스공영제, 동탄 트램 구축 등으로 명실상부 수도권 최고의 친환경 교통혁신도시로 자리매김한다는 포부다.
시민 1명이 주 1회 자가용이 아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이산화탄소가 연간 469.4㎏ 저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린 소나무 159그루가 1년 동안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비슷하다.
무상교통 정책을 통해 시민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대중교통을 적극 이용하고, 출퇴근 시간대 고질적인 교통혼잡을 보이는 동탄신도시의 경우 트램 설치로 교통수요가 분산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감소하면서 친환경ㆍ지속가능한 교통체계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또 청소년의 대중교통 이용도 쉬워지면서 학부모가 통학지원으로 낭비하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하고, 그동안 이동에 어려움을 겪었던 노인과 청소년 층의 경제활동이 촉진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부가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상버스 정책을 도입한 전남 신안군은 예산 25억원을 들여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친환경ㆍ지속가능한 교통체계가 만들어지면 교통혼잡을 비롯한 온실가스, 에너지 낭비, 도로 및 주차장 부족 등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문제도 해결이 가능해 향후 불필요한 SOC 투자를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는 이같은 혁신 교통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대중교통혁신추진단(3개과 9개팀)을 설치, 운영중이며 교통업무 전담기구인 화성교통공사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무상교통은 시민 이동권과 생활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기후위기의 주범인 탄소배출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50만 이상 대도시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정책인 만큼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박수철ㆍ채태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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