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 전 딸아이를 보건소에 데리고 가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며칠 전부터 감기 증세가 있었는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받기로 했다.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집안에서도 2미터 거리두기를 하고, 손을 더 자주 씻고 음식도 따로 먹는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가족 모두 검사를 받고 격리 생활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젠 이것이 그리 엄청난 일 같지는 않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잘 대처하고 있어 믿음이 가기도 하고, 또 사람들의 우려보다는 큰 피해가 없는 듯하다. K-방역의 성공으로 우리나라는 한때 코로나19 대유행 종식 선언을 앞뒀던 적도 있다. 하지만 몇 곳에서의 대규모 감염사태를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1, 2단계를 왔다갔다하고 있다. 온 국민이 과연 이번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언제 끝날 것인지 궁금해하며 몸과 마음이 지쳐가고 있다.
인류사에서 전염병의 대유행은 이따금 있었던 일이다. 홍역, 페스트, 천연두 등은 인류 역사상 희생이 컸던 무서운 전염병이었지만, 인류는 이를 극복해왔다. 인류와 바이러스의 싸움은 늘 있었고 또 앞으로도 있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가 전염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없애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염병이 없는 세상에서는 인류도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이 바람직하지도 않다. 지구는 무기물과 유기물 그리고 온갖 세균과 바이러스와 동식물이 공존하는 복합 공간이다. 몸도 온갖 바이러스들과 공존 공생하는 복합공간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각종 세균과 박테리아도 때에 맞추어 인류에게 적응하며 공존하도록 변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가 결국 멸종하고 그래서 세균과 박테리아는 자신들의 숙주를 잃게 되어 스스로도 멸종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지 않는 게 자신들의 존속에 더 유리한 것이다. 이 사실을 부지불식간에 알게 된 바이러스는 인류의 몸속에서 함께 살며 또 다른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돌보게 된다. 유럽에서의 전염병 역사에서 결핵 환자가 증가하던 시대 이후 한센병 환자는 감소했다. 이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학자들은 교차면역을 말한다. 즉, 결핵균이 일으키는 면역반응과 한센병 병원균이 일으키는 면역반응이 서로 영향을 끼쳐, 결핵균의 병원체에 감염되면 한센병의 병원체에 대한 저항성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비말로 감염되는 호흡기 감염병은 환자가 ‘건강하게’ 돌아다닐수록 감염 기회가 늘어난다. 감염 기회가 늘어난다면, 그 호흡기 감염병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는 더 많은 숙주와 만나 자기 보존을 강화할 수 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의 증세가 가벼워지는 쪽으로 바이러스 스스로 도태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무증상의 건강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코로나19도 이런 상황에 처해지는 것이 아닌가 기대해본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를 제거할 수 없다면, 결국 함께 사는 길을 갈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병이 다 나쁘거나 제거해야 할 것은 아니다. 현재의 우리도 전염병의 대유행을 겪으면서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사유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마스크를 잘 쓰고, 손을 자주 씻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하면서 기다리자. 그리고 조금만 더 참고 이 기회에 자신과 이웃을 돌아보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갖자. 이 기회에 바이러스와 세균도 함께 공부하며 공존과 공생의 가능성을 생각해보자.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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