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4-⑤

아기자기한 박물관 내부 모습

혹자는 훔볼트를 과학자, 지리학자, 탐험가로 부르지만, 그를 인류 마지막 위대한 ‘보편인’이라고 칭하는 사람도 있다. 자연과 인간, 세계는 분리된 것이 아니라 통합된 하나의 세계로 파악하려고 한 그는 기술적 의미의 ‘과학자’를 넘어 사물을 성찰하고 고찰하는 ‘철학자’ 면모까지 갖춘 통합적 지식인이다. 그리고 좁게는 훔볼트를 현대 생태학의 창시자로 추앙하나 그는 또 다른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르네상스 형 만능인’이다.

올드 아바나 뒷골목에서 만난 훔볼트는 기록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그는 하늘과 땅, 그 사이에 있는 모든 창조물을 측정하여 기록하고자 했고 죽음을 맞는 최후 순간까지 펜을 놓지 않은 선구적인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큰 별이자 학자다.

수많은 선택이 계속되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은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다. 훔볼트처럼 선택의 의미를 현명하게 판단하고 기록하는 삶을 산다면, 훗날 인생을 복기할 때도 아름답게 되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 박물관 앞 정겨운 골목길
박물관 앞 정겨운 골목길

훔볼트는 죽음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얼마나 장엄한 햇살인가! 마치 지상을 하늘로 불러들이는 듯하구나!”라는 마지막 말에서 그는 마치 천상여행을 떠나듯 우리 곁을 떠났다. 존 러스킨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무엇으로 채워가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알차게 채워가는 삶을 살자.

스스로 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노력해도 실패할 수도 있고 그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할 수 없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도전할 수 없고 성공할 수도 없다.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즐거운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이 성공을 향한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여행이 자유롭진 않지만, 자연을 찾아 늦가을 호젓한 산길을 느릿느릿 걸으며 한 마리 풀벌레의 애달픈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리고 김대규 시인의 ‘가을의 노래’를 들으며 허전한 가슴을 채워보자.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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